틈새 꽃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6/14
너무 예쁜 꽃들이 피었다. 이름도 모르는 꽃. 아마 봄에 남편이 뿌린 꽃씨 중의 한 종류겠지.
꽃씨를 뿌려놓고 그 위에 산에서 끌고 내려 온 땔감 나무들을 다 부려놓았다. 꽃들이 크고 싶어도 나무에 깔려 살아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이럴바엔 꽃씨는 왜 심었누.
나무를 끌고 왔으면 빨리 잘라 차곡차곡 쌓아놓든가. 잔소리를 하고 싶어도 매일 다른 일로 잠시도 짬을 내질 못하는 걸 보면  투덜거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내가 전기톱으로 자를게여. 나도 잘 자르잖아.

안된다고 펄쩍 뛴다. 그전엔 가끔 굵지않은 나무들은 나도 곧잘 자르곤 했었다. 하지만 전기톱에 남편이 손을 크게 다쳐 입원까지 한 일이 있은 후 나한테는 절대 전기톱을 못 만지게 한다. 그렇다고 보기도 싫고 다니기도 불편한 저 나무들을 언제까지 저리 방치해 둘건가.

문득 나무들 쌓여있는 뒤로 하늘거리는 흰색이 보였다. 꽃인가? 정말 꽃이었다. 그렇게 나무가 쌓여 있는 너머로 기어이 몇 송이 꽃이 뾰족이 얼굴을 내민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펴줘서 더 반가웠는지 나도 모르게, 어머. 꽃이 폈어. 너무 예쁜 꽃이...  하고 외쳤다. 그 옆에 빨갛게 핀 장미가 샘을 내게시리.

땔나무 사이에 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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