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도 안 보는 남자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5/27
*출처: Photo by Jovis Aloor on Unsplash


오랜만에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에 살이 좀 붙었다. 스스로 볼 때 살찐 것 같다면 진짜 살찐 거라던데. 이렇게 눈에 띄게 느껴질 정도라니 정말인가 보다. 안 그래도 요즘 단 게 부쩍 땡겨서 매일 케이크나 빵을 먹기 시작했는데 건강이 나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꽤 오랜 세월 저체중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이렇게라도 살이 좀 오른 것이 조금은 반갑다. 이러다 다시 젊었을 때처럼 뚱뚱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깡마르게 살아보니 그것 역시 세상이 추구하는 미와는 거리가 멀기에 뭐든 적당한 게 좋다는 진부한 말이 새삼 진리임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지난주에 의사 선생님께 털어놓았다. 우울 증세가가 조금 개선되었지만 식욕이 좋아져 걱정이라고 말씀 드렸다. 오후가 되면 커피에 곁들여 꼭 케이크나 빵을 먹게 된다고. 그렇게 하지 않은 날은 저녁밥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이라도 기어코 입에 물고 만다고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지나치게 폭식을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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