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5
“떨어진 고무신, 찌그러진 양은냄비 받아요!”
아이들은 집으로 달려가 마루 밑을 뒤져 구멍 난 고무신짝이나, 찌그러진 양은 냄비를 찾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런 고물이 없는 아이들은 멀쩡한 할머니 고무신이나 선반에 올려진 냄비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경우 바른 엿장수는 아직 쓸만한 물건들은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엿에 홀린 아이가 냄비를 발로 밟아 찌그러뜨리거나, 고무신 바닥을 돌에 비벼 구멍을 내는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기다려주기도 했고, 심지어 힘이 약한 아이 대신에 멀쩡한 냄비를 발로 밟아 찌그러뜨려 주기도 합니다.
그마저 없는 아이들은 손수레에 엿판을 얹고 다니는 엿장수를 따라다니며, 엉성한 가위로 엿을 쪼갤 때 떨어지는 엿가루들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습니다. 대개는 허연 밀가루만 찍히지만, 운이 좋으면 달착지근한 엿가루나 엿 조각들이 걸려들기도 합니다. 꾀죄죄한 손가락으로 엿판을 찍어대다가 엿장수에게 가위로 머리를 쥐어박히기도 했지요.
엿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조선시대의 풍속화가 김홍도의 씨름 그림에도 목에 엿판을 건 엿장수가 등장합니다. 또한 김주영의 장편소설 ‘객주’에는 한양의 다양한 장사꾼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누각골 쌈지장수, 자하문 밖 화초 장수, 애오개 놋갓장수, 잔다리로 가면 게장수, 창내로 가면 마전쟁이, 홍제원 문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