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복수의 화신 아니라 평화의 화신

M
Mr. 맥거핀 · 난해하다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2023/12/25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에 대한 유감
   
 
[롯데엔터네인먼트]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트릴로지’가 완성됐다. 13척의 전선으로 기적적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을 그린 ‘명량’(2014)과 거북선이 맹활약한 한산대첩을 담은 ‘한산:용의 출현’(2022)에 이어 이순신 최후의 전투를 형상화한 ‘노량:죽음의 바다’까지 10년을 이어온 대장정이었다. 범접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충무공 이순신을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이라는 삼인삼색으로 분산시키면서 장대하면서도 사실성 강한 전투장면을 내세운 삼부작이었다.
   
편당 190억~340억 씩 도합 900억 가까운 제작비가 투자된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가장 제작비가 덜 든 ‘명량’이 1700만 관객이 들면서 ‘한산’(700만)과 ‘노량’(손익분기점 700만)을 견인한 면이 크지만 확실히 한국영화사에 남을만한 기획임은 분명하다. 
   
조선수군의 주력함인 판옥선과 거북선, 협선뿐 아니라 일본 수군의 주력함인 아타게부네와 소함인 세키부네 그리고 명 수군의 대형 함선까지 사실적 묘사에 박진감 넘치는 해상전투 장면은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특히 ‘노량’ 후반부에 이순신의 사령함으로 뛰어드는 왜군 병사에서 시작해 그를 칼로 베는 조선 군관들을 거쳐 이순신이 직접 장검을 휘두르며 접전을 치르는 전투장면을 하나의 롱 테이크 화면으로 소화한 장면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이후 한국영화사에 남을 유려한 전투장면이라고 할만하다.
   
문제는 ‘노량’의 주제의식이다. 영화는 이순신(김윤석 분)이 본국으로 후퇴하려는 왜군에 왜 그리 집착했는지에 천착한다. 이를 위해 이순신의 본가가 있는 아산을 급습한 왜군에 맞서 싸우다 약관의 나이에 숨진 이순신의 셋째 아들 이면(여진구 분)의 사연을 끌고 온다. 명해군 도독 진린(정재영 분)은 이순신이 매우 아꼈던 아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왜군 궤멸에 집착한다고 의심한다. 
   
멸사봉공의 화신인 이순신이 그랬을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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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공부하고, 25년간 신문기자로 일했습니다. 앞으로 25년은 작가로 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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