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율같은 아침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10/08
차오른 밤이 더 이상 차오를 수 없어 외피를 찢고 벌어집니다.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밤은 눈부시게 윤기가 납니다. 햇살을 받지 않아도 어둔 밤에도 밤은 윤기가 납니다.
   
그렇게 땅으로 툭 떨어져 지구는 잠시 여진으로 몸서리를 쳤습니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밤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하늘은 어둡습니다. 비라도 올 것처럼 말이죠. 비가 온다고 해도 상관없는 하루이기도 합니다.
   
제사를 지내면 밤은 한동안 물에 담겨 있습니다. 맑은 물속에 윤기를 더해가는 밤을 받아 든 작은 아버지께서 손수 과도를 들고 밤을 툭 칼 끝으로 쳐 닥쳐올 미래에 대해 예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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