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2] 7. 대학시험 떨어진 날, 엄마가 왜 울었는지 이제 알게 됐다.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4/02/28
30년도 더 된 일인데.. 이제 이해가 간다. 철없는 딸은, 철없는 엄마가 되어서야 이해를 하게 됐다. 그때 대학 떨어진건 난데 왜 엄마가 울었는지를.
엄마탄생 열일곱 번째 이야기 :



나는 철없는 엄마다.

딸아이 유치원 졸업식 꽃다발. 전날 비 맞고 사왔는데, 졸업식 당일에는 눈 맞으며 들고 갔다. ⓒ청자몽

철없는 내가 뒤늦게 엄마가 됐다.
엄마가 됐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철이 없다. 철은 대체 언제 드는건지 모르겠다. 영원히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철없는 엄마다.

엄마라면 뭔가 좀 다를줄 알았다.
우아하고, 품위있고, 참을성도 많고.. 모성애도 넘치며 사랑도 많아야.. 하는거 아냐?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나의 철없음에 혀를 끌끌 차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날이 더 많다. 넌 엄마가 돼가지고 그것도 못하니? 좀 참지. 뭘 그런 것도 못해.

드라마나 소설, 영화 속에 너무 근사한 엄마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현실에 없으니까 상상 속에서라도 이상적인 엄마상을 그려서일까? 아무튼 '엄마'라고 불리기엔 약간 많이 모자란 엄마다. 철이 덜 들었다니까.

그러다가 문득,
아이 나이대로 엄마 나이가 간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니까 내 나이는 사라진거야. 8살(만 6세)짜리 엄마인거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같이 크는거야. 할 수 없지. 아무튼 그래서 대충 8살이 됐다. 곧 초등학교엘 간다.



그때의 엄마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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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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