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고바야시 히데오

Orca
Orca · 제국에 관한 글쓰기
2024/03/25
전쟁과 평화 
정월 원단 아침, 나는 제국해군 진주만 폭격의 사진이 신문에 실린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쟁사에 찬란히 빛날 미태평양함대의 격멸"이라는 커다란 활자는 뛰어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눈을 찔러왔는데, 오히려 중요한 사진 쪽이 냉엄하게 싸 하고 조용히 가라앉히는 듯이 보였다. 모형군함 같은 것이 7척,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서 하얀 연기의 덩어리가 약간 피어오르거나 오징어 먹물 같은 것을 뿜어내거나 한다. 아니다, 아니야, 외관에 미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실제로 수천 명의 인간이 휘말려든 초열지옥을 거짓 하나 없이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자꾸만 내 마음을 다잡았으나 아무래도 잘 되지는 않았다.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이렇게 놀랄만한 사진을 찍지는 못했을 거야, 그렇게 마음 속으로 자꾸 되뇌어볼수록 오히려 내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상상력도 이미 완고해져서 작동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저 사진을 바라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다소나마 나와 같은 느낌을, 놀랄만한 사진에 놀랄만한 것이 조금도 없다는 곤혹감과 닮은, 일종의 심리를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몇 천만의 인간이 나와 같이 이 사진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 생각의 확실한 느낌에 비하자면 눈 앞의 사진은 거의 불가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가 아닌가, 그런 것을 막연히 생각하면서, 구석의 의자에 앉았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연극 6년, 방공통제사 3년, 석사 생활 3년
32
팔로워 3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