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타로》(제1화 문앞에서)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12/10
(1)
타로꾼 오십대 중반 남자 선생님이 여남은 사오십대 여성 제자들을 거느리고 역세권 우리 사무실에 오후 두 시에 나타났다. 사무실 부근 건물 일이 층은 중식, 한식, 베트남쌀국수, 면발 고운 국수 식당가라 오후 한 시에 약속 장소로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같이 들고 왔다. 낮 열두 시는 구청, 한국전력, 의료보험, 국민연금, 여기저기 주민센터, 보험사, 은행 화이트칼러 일꾼들이 일찍이 진을 치고 열두 시 반이면 진이 걷힌다. 초승달 모양의 물고기 비늘이요 두루미 날개라는 진형 행진이 보인다. 구청 공무원 일부는 구청 오 층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열두 시 오십구분까지 초 단위로 채우고 동시에 자리를 뜬다. 오후 한 시부터는 구청 민원인들이 오 층 이상 다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빈 자리에 들어선다.   

(2)
커피는 우리 사무실에서 챙겨 주고 있다. 신맛이 조금 나는 아라비카 원두커피를 커피머신에서 뽑아 마셨다. 봉커피가 입에 맞는 손님들을 위해 스틱 커피 봉지도 준비해 놓았다. 화이트골드 상표가 황금색 스틱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  스물다섯 평을 큰 방 두 개와 작은 방 두 개로 나누고 방음 칸막이를 해서 공간을 빌려주고 있었다.  큰 방이 쓰기에 넉넉하고 인도의 오가는 사람 발자국 소리가 어느 시인이 표현하듯 함박눈 오는 날 첼로의 중저음이 피아니시모로 오 층 창문 아래 일방통행 이면 도로가에서 올라왔다.  냉온방겸용 에어컨은 창문을 닫아두어도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강의하기에 온도를 맞춰줘 건너편 십오층짜리 아파트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인구 오십만 베드타운에 속한 아파트 동네로 조용하다. 삼십 년생 메타세콰이아나무 삼층 높이 십 미터에 자리 잡은 까치집과 화단을 연신 오가던 까치가 지상에 고양이가 나타나면 고양이 주위를 저공 비행하며 깍깍거렸다. 고양이 집사가 고양이를 따로 불러 까치 입막음을 할 때는 조용해졌다. 

(3)
웃음소리가 칸막이를 타고 울릴 때에는 타로 선생님의 스토리텔링이 기막혔음이 분명하다. 그 선생에 그 제자라고 반 시간 일찍 온 제자  한 사람에게 타로를 본 적이 있다. 복채를 주고 봤다. 복채 없는 점은 효험이 안 따르는 법이라고 우기며 돈을 쥐어줬다. 타로를 배우는 중이라고 겸손히 복채 받기를 사양했다. 스토리텔링이 그럴싸해서 타로 공부를 격려도 할 겸 복채를 내놓았다.  타로는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ㅡ 이런 카드를 뽑은  여성 분이 있었어요. 카드가 말하는 메시지를 알려주니 말문을 열고 자기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해줬어요.
들은 경험담은 쌓이고 카드 72장의 메시지를 풍성하게 해준다. 고객이 바뀌어도 카드에 따라 피드백이 된다. 사람 사는 것은 비슷비슷한 법이다.

(4)
현대인의 타로에 맞먹는 고대인의 타로 격은 주역이 가까웠다. 고대인의 일상생활에 주역은 비중을 차지했다. 주역의 순박한 뜻이 중국 송나라의 정명도(程明道, 1032~1085)와 정이천(程伊川, 1033~1107)과 주희(朱熹, 1130~1200)에 이르러 유학에 윤색되어 정자와 주자의 해석으로는 고대인의 생각과 다소 멀어진 부분이 시대착오로 나올 수 있다. 정자와 주자의 해석을 참고하면서 고대인이 생각한 주역으로 복고하려고 한다. 주역은 64괘로 이루어진다. 위에 8괘, 아래에 또 8괘를 놓아 짝을 지으면 8 x 8 = 64 하여 64괘 계산이 나온다. 위도 하늘 괘요 아래도 하늘 괘로 하늘 괘가 위아래 겹치는 '하늘 겹침의 괘1'부터 시작해서 위는 불 괘요 아래는 물 괘로 아직 미완이라는 '미완의 불 물 괘64'로 끝난다. 태극은 음양으로 나뉘고 음양 두 효의 결합이 괘를 만든다.
8괘를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보인다. ( ) 안은 한자어다. 괘는 음양 효 결합에 양효 위로 양효와 음효를 번갈아 쌓고 음효 위로 또 양효와 음효를 번갈아 쌓는 방식이다.
 ☰ 하늘(천天) 괘. 양 양 양, ☷ 땅(곤) 괘와 반대 효다.
 ☱ 못(택澤) 괘. 음 양 양,  ☴ 바람(손) 괘와 반대 효다.
 ☲ 불(화火) 괘. 양 음 양, ☵ 물(수) 괘와 반대 효다.
 ☳ 우레(뢰雷) 괘. 음 음 양, ☱ 못(택) 괘와 반대 효다.
 ☴ 바람(풍風) 괘. 양 양 음, ☱ 못(택) 괘와 반대 효다.
 ☵ 물(수水) 괘. 음 양 음, 물 수水 모양을 생각한다.
 ☶ 산(산山) 괘. 양 음 음, ☴ 바람(손) 괘와 반대 효다.
 ☷ 땅(지地) 괘. 음 음 음, ☰ 하늘(천) 괘와 반대 효다.

(5)
효를 부르는 명칭은 음효는 6(六)으로, 양효는 9(九)로 나타내고 아래에서 위로 순서를 매긴다. 다만, 맨아래 첫 효는 '초'(初. 처음)를 효 앞에 붙이고 맨위 마지막 효는 '상'(上. 위)을 효 앞에 붙여 부른다. 양효(9)는 고딕체로 표시했다.
예1) 괘1 하늘 겹침.



9
9
5
9
4
9
3
9
2
9.

예2) 괘2 땅 겹침.



상6
65
64
63
62
초6.

예3) 괘3 우레 물.



상6
65
94
63
92
초6.

(6)
괘1부터 괘8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1 ☰☰ 하늘 겹침. 강건.
괘2 ☷☷ 땅 겹침. 순종.
괘3 ☳☵ 우레 물. 전진 어렵고 진을 침.
괘4 ☶☵ 산 물. 어리석음.
괘5 ☵☰ 물 하늘. 불운하여 기다림, 음식 상차림.
괘6 ☰☵ 하늘 물. 소송.
괘7 ☷☵ 땅 물. 군대.
괘8 ☵☷ 물 땅. 친밀.
괘5와 괘6, 괘7과 괘8은 각각 위아래 괘가 바뀌었다.

(7)
괘9부터 괘16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9 ☴☰ 바람 하늘. 조금씩 쌓음.
괘10 ☰☴ 하늘 바람. 이행.
괘11 ☷☰ 땅 하늘. 태평.
괘12 ☰☷ 하늘 땅. 막힘.
괘13 ☰☲ 하늘 불. 합심.
괘14 ☲☰ 불 하늘. 대풍년.
괘15 ☷☶ 땅 산. 겸손.
괘16 ☳☷ 우레 땅. 즐거움.
괘9와 괘10, 괘11과 괘12, 괘13과 괘14가 각각 위아래 괘가 바뀌었다.

(8)
괘17부터 괘 24괘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17 ☱☳ 못 우레. 추종.
괘18 ☴☶ 산 바람. 혼란.
괘19 ☶☱ 땅 못. 전진.
괘20 ☶☷ 바람 땅. 관망.
괘21 ☲☳ 불 우레. 집행.
괘22 ☶☲ 산 불. 기 부족.
괘23 ☶☷ 산 땅. 박살.
괘24 ☷☳ 땅 우레. 반복.

(9)
괘25부터 괘 32괘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25 ☰☳ 하늘 우레. 순진.
괘26 ☶☰ 산 하늘. 크게 쌓음.
괘27 ☶☳ 산 우레. 먹고 먹임.
괘28 ☱☴  못 바람. 큰 잘못.
괘29 ☵☵ 물 겹침. 설상가상.
괘30 ☲☲ 불 겹침. 빛남.
괘31 ☱☶ 못 산. 공감.
괘32 ☳☴ 우레 바람. 변함없음.

(10)
괘33부터 괘 40괘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33 ☰☶ 하늘 산. 은둔.
괘34 ☳☰ 우레 하늘. 힘이 과함.
괘35 ☲☶ 불 땅. 진격.
괘36 ☷☲ 땅 불. 어둠.
괘37 ☴☲ 바람 불. 가족.
괘38 ☲☱ 불 못. 갈등.
괘39 ☵☶ 물 산. 곤란.
괘40 ☳☵ 우레 물. 해방.

(11)
괘41부터 괘 48괘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41 ☶☱ 산 못. 손실.
괘42 ☴☳ 바람 우레. 공익.
괘43 ☱☰ 못 하늘. 통쾌.
괘44 ☰☴ 하늘 바람. 우연.
괘45 ☱☶ 못 땅. 운집.
괘46 ☷☴ 땅 바람. 승진.
괘47. ☱☵ 못 물. 진퇴양난.
괘48 ☵☴ 물 바람. 마르지 않는 샘.

(12)
괘49부터 괘 56괘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49 ☱☲ 못 불. 변혁.
괘50 ☲☴ 불 바람. 안정.
괘51 ☳☳ 우레 겹침. 우레 연속.
괘52 ☶☶ 산 겹침.  묵중.
괘53 ☴☶ 바람 산. 점진.
괘54 ☳☱ 우레 못. 이례적인 결혼.
괘55 ☳☲ 우레 불. 연고 많음.
괘56 ☲☶ 불 산. 떠돌이.

(13)
괘57부터 괘 64괘까지 차례로 들고 대표적인 뜻을 든다.  위 괘를 먼저 쓰고 아래 괘는 다음 쓰는 순이다.
괘57 ☴☴ 바람 겹침. 유순.
괘58 ☱☱ 못 겹침. 기쁨.
괘59 ☴☵ 바람 물. 분산.
괘60 ☵☱ 물 못. 절개.
괘61 ☴☱ 바람 못. 신뢰.
괘62 ☳☶ 우레 산. 새의 추락.
괘63 ☵☲ 물 불. 완결.
괘64 ☲☵ 불 물. 미완.
괘63과 괘64가 각각 위아래가 바뀌었다.

(14)
괘1  하늘 겹침. 강건.



9
9
5
9
4
9
3
9
2
9.

9 잠긴 용은 쓰지 않는다. 잠긴 용은 쓰지 말라.
潛龍勿用.
《주역》
공자가 《문언전》에서 '쓰지 말라'를 '쓰지 않는다'로 바꾸어 표현했다.
이런 까닭에 군자가 쓰지 않는 것이다. 《실증 주역》(황태연, 2008: 37).
《천자문》에 '미르 용龍'이 보이고 은하수의 고유어 '미리내'에 어근이 같은 말이 보인다. '믈'[水](> 물)도 '미르 용龍'과 어근이 같다.  金이 '금'으로 '김'으로 읽히는 고대 국어의 현상에서 참고를 했다. 신라 황룡사는 큰물이 진 곳에 세운 절이다. 황룡은 '큰물'의 이표기가 된다. 황소는 큰소다.
황룡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경주 월성의 동쪽에 궁궐을 짓다가, 그곳에서 황룡(黃龍)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절로 고쳐 짓기 시작하여 17년 만에 완성되었다.
《삼국사기》 진흥왕 14년 조에 황룡사를 세우게 된 까닭이 보인다. 
[진흥왕] 14년(553) 봄 2월에 담당 관청에 명하여 월성(月城)의 동쪽에 새 궁궐을 짓게 하였는데, 그곳에서 황룡(黃龍)이 나타났다. 왕이 이것을 괴이하게 여기고는 〔계획을〕 고쳐서 불사(佛寺)를 짓고, ‘황룡(皇龍)’이라는 이름을 내려 주었다.
《삼국사기》 권4.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db 재인용.
《삼국사기》 진흥왕 14년 조의 주2) 연구도 황룡은 '큰물'의 이표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왕이 이것을 괴이하게 여기고는 〔계획을〕 고쳐서 불사(佛寺)를 짓고: 황룡사지 금당 터를 조사한 결과, 4m 깊이로 땅을 파고 아래층으로부터 판축(板築)했음이 확인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이에 근거하여 본래 황룡사 터에 넓은 면적의 늪이나 자연 웅덩이가 있어서 그것을 판축기법을 사용하여 인공적으로 매립하고 그 위에 금당 등의 건물들을 건립한 것으로 추정하였다(申昌秀). 이처럼 늪지 또는 물웅덩이를 매립하고 새로운 궁궐을 지으려고 하다가 그곳에 습기가 많아 사람이 살기가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궁궐을 사찰로 바꾸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된다. 한편 궁궐 건설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진흥왕이 궁궐을 짓던 곳에서 상서로운 징조로 표징되는 황룡(黃龍)이 출현하자, 다시 황룡을 수호신으로 잡아두기 위해 사찰로 바꾸었고, 사찰의 창건 이후에 황룡에게 호법룡(護法龍)의 역할을 부여하였다고 주장한 견해도 제기되었다(최선자). 신라가 부체제를 벗어나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귀족국가로 발전하자, 진흥왕은 친정(親政)과 동시에 연호를 개국(開國)으로 바꾼 다음, 국왕과 국가의 권위를 한층 더 고양시키기 위해 신궁(新宮)을 중심으로 왕경(王京)을 재편하려고 의도하였다. 이에 진흥왕이 월성 동편에 새로운 궁궐을 지으려고 하다가 신라에 망명한 혜량법사(惠亮法師)의 자문과 건의를 받아들여 신궁 건설을 포기하고 황룡사로 전환하였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朱甫暾).
〈참고문헌〉
申昌秀, 2002, 「皇龍寺의 發掘成果」, 『新羅文化祭學術論文集』 22, 경주시·신라문화선양회·동국대학교 신라문화연구소
최선자, 2013, 「신라 황룡사의 창건과 진흥왕의 왕권 강화」, 『韓國古代史硏究』 72
朱甫暾, 2017, 「皇龍寺의 創建과 그 의도」, 『韓國史硏究』 176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db.
https://db.history.go.kr/item/level.do?sort=levelId&dir=ASC&start=1&limit=20&page=1&pre_page=1&setId=87&totalCount=87&prevPage=0&prevLimit=&itemId=sg&types=r&synonym=off&chinessChar=on&brokerPagingInfo=&levelId=sg_004r_0040_0180&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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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전 구대륙 인류의 신대륙 확산 이후 단절된 언어 비교로 석기 시대의 언어를 발굴한다. 특히 남미 안데스 산중 티티카카 호반의 언어와 아시아 언어를 비교한다. 각 언어 전문가 논저와 DB를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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