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탸처럼 읽고 흐라발처럼 쓰고 싶다 - 보후밀 흐라발, 이창실 옮김, 『너무 시끄러운 고독』, 문학동네
2023/11/06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묘한 책이다. 누군가 이 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것이다. 지하실에서 삼십오 년째 폐지압축공으로 일하는 주인공 한탸, 그를 둘러싼 주변 세계 - 쥐, 파리, 오물, 퀴퀴한 냄새 등 - 에 대한 묘사가 어찌나 생생한지 비위가 약한 나는 여러 번 책을 덮어야 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 만차가 두 번이나 오물로 수치를 당할 때, 작가가 위악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러면 이 책이 싫으냐고 물으면 다시 고개를 저을 것이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뺏길만한 문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9쪽).” 얼마나 책을 많이 읽으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나와 책이 합일된 경지는 모든 애서가의 꿈이지 않을까?
한번 책에 빠지면 전혀 다른 세계에, 책 속에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 순간 나는 내 꿈속의 더 아름다운 세계로 떠나 진실 한복판에 가닿게 된다.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도 열 번씩 나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소외된 이방인이 되어 묵묵히 집으로 돌아온다. (중략) 몸에서 맥주와 오물 냄새가 나도 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건, 가방에 책들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이면 내가 아직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해 일깨워 줄 책들. (16쪽)”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