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의 시대가 온다. 온몸에 자신감을 두르고

백수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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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8
250 정규 앨범 <뽕>

뉴진스의 'Attention', 'Hype boy', 'Ditto' 등 다수의 히트곡을 작곡한 프로듀서 250(이오공)이 일본 음악 비평계로부터 '올해의 음반'을 창조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뉴진스의 인기가 높으니 프로듀서가 주목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뉴진스를 통해 선보인 싱글 트랙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매한 개인 앨범을 통해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루고 있는 장르도 한국의 전통(?) 음악인 '뽕짝'이라서, 앨범의 이름도 <뽕>으로 지었다. 일본의 음악 매체와 평론가들이 극찬하고 있는 이 앨범의 모든 트랙에는 눅직한 '뽕끼'가 넘쳐흐르고 있다.
NewJeans (뉴진스) 'OMG' Official MV
트렌드의 최전방에 서있는 케이팝 아이돌을 프로듀싱하면서, 트렌드의 최후방에 서있는 뽕짝 연구에도 수년을 매달려온 아티스트. 이처럼 양극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행보에서는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짓는 전통의 경계선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건 뉴진스라는 공통 분모로 연결되어있는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도 마찬가지다. 'Ditto', 'OMG'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었던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A급의 영상미 안에 B급의 감성을 담아내는 연출 스타일을 전매특허처럼 내세워왔다.

그런데 이 두 창작자의 작업물에서는 'B급 특유의 열등감'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이 너무나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들여다보니 사실 그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애초부터 A급의 세계에서 탈락하여 B급으로, '밀려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A급과 B급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능력과 문화적 자산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B급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B급의 세계에 머물 것을 선택하고 있다. 나는 그런 지점에서 지금 도래하고 있는 B급의 전성 시대에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B급에는, 예전에 없던 자신감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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