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협상테이블 : 국자와 막대사탕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2/09/27
"집안의 권력은 '국자'에서 나오는거야."
침대에 누워있던 남편은 "풉.."하고 뿜었고,
6살 딸아이는 점점 더 빠져들었습니다. 신이 난 저는 열을 올리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사건의 전모, 갑작스러운 '협상'
국자와 막대사탕의 대결, 결국 '막대사탕'이 이겨버렸죠.
때는 바야흐로, 지난 주말.
동네에 큰 축제가 있었습니다. 빛축제라고 해서, 토요일 저녁에 갔다가 어린이 놀이기구 하나도 못 탔어요. 알고보니 놀이기구가 6시면 다 끝나더라구요.


아이고. 미안해라.
그래도 선선한 바람도 좋고, 6시 넘어 어둑해지는 초저녁에 걸어본 적이 없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행사장은 그럭저럭.. 그냥 그랬구요. 사람 구경만 실컷 하다가 왔어요.
사람 너무 많고 뭔가 좀 부실해보이고, 피곤해.. 그러면서 일요일은 가지 말자 결론을 내렸구요.


그런데 다음날 저녁인 일요일,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밤 10시에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동네 축제 불꽃놀이가 그저 그렇겠지. 하고 심드렁 넘겼어요. 그런데 남편은 이미, 6살 아이와 둘이 가기로 약속을 했더라구요.


아이한테는 생애 첫 불꽃놀이였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눈으로 본 적이 없거든요. 피곤해 하면서도, 간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엄마 빼고 아빠랑 둘이 다녀와... 라고 했습니다. 잘 됐네. 나도 좀 쉬자. 이미 일요일에 혼자 아이를 데리고 키즈까페 가서 갔다와서, 저는 방전됐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의상' 때문이었지요.



'핑크핑크와 샤랄라를 참기 힘든 엄마'와 '드레스와 구두를 포기할 수 없는 6살 딸'의 대립
이것은 세대차인가, 취향차이인건가.
하늘색을 좋아하며, 바지와 운동화에 캐주얼을 선호하는 짧은 반곱슬 엄마는
'샤 원피스'(위에 사진과 같이 발레리나 치마 같은 재질 원피스를 '샤 원피스'라고 하더라구요)와 핑크핑크한 장식과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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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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