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평점이 극명하게 나뉜 이유
2023/07/23
어릴 적 금발 머리 마론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내 인형 이름이 바비는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외국인이라 여겨지는 '라라' , '미미' 같은 이름을 가진 인형이었다. 내게 '미미'는 나의 아름다운 외국인 친구였다. 내가 외로울 때도 슬플 때도 금발 머리 인형에게 말을 걸었다. 그 아이는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우리나라 누구도 저 아름다움에 다가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K-컬처가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신기하게 여긴 점은 세계 미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배우가, 우리나라 아이돌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란 사실이 놀라웠다. 그들은 금발머리에 서구식 얼굴도, 체형도 아니었다. 나는 성인이 된 후 뒤늦게 내 미의 기준을 바꿔나갔다. 이제는 쌍꺼풀 없는 전형적인 한국인 얼굴 김고은이 얼마나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모른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남자배우들은 죄다 무쌍이다.
이미지 아름답고 메시지도 좋은 영화가 될 뻔 했다
영화 <바비>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레타거윅이 메시지와 예술성을 어떻게 적절히 섞었을까?
하지만 이 영화는 기대와 달리 지나치게 직설적이었다. 감독이 대중성 짙은 영화는 메시지가 투명해야 한다고 오해한 것 같다. 대중 영화 문법이라고 해도 직설적인 대사는 대중들이 바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이라면.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아쉬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트를 만들었는데, 좀 더 은유로 내보냈다면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영화 장르는 드라마라고 내세우지만 내 생각엔 '판타지 코미디' 영화로 보인다. 켄 역할의 라이언 고슬링이 잘생김 대신에 코미디를 맡고 있다. 이 영화를 코미디라고 생각할 때 진지한 영화에 진지한 대사가 많은 것보다, 판타지 코미디 영화에 진지한 대사가 많은 게 덜 어색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한두 번 강력하게 ...
2019년 김재아란 필명으로 SF장편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을 썼다. 과학과 예술, 철학과 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잇는 걸 즐기는 편이다. 2023년 <이진경 장병탁 선을 넘는 인공지능>을 냈다. ESC(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 과학문화위원장으로 있다.
@아영 아영님 마지막 부분 해석은 제 해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런 댓글 누군가 남겨주시길 원했어요. 감사합니다. 아영님 해석도 좋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중에 한 부분은 조금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바비가 기존에 가진 기득권은 강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란 말씀이요. '성기를 가진 것보다 안 가진 게 기득권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간을 당할 위험이 없으므로? 하지만 바비랜드의 켄도 성기가 없는데? '거시기가 없음'이 오히려 기득권이 된다니, 조금 독특한 사고 같아요. 하지만 기존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는 의미있는 주장이란 생각도 들어요. 전 바비랜드의 바비가 가진 기득권은 환경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쉽게 될 수 있는 환경. 여성 대통령도, 여성 노벨상수상자도, 여성 부자도, 여성 CEO도 흔해빠진 세상이 바비랜드니까요. 그것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득권 포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리뷰가 좋아서 댓글 남겨봅니다. 처음에 저도 작가님 글처럼 부인과 장면이 트렌스젠더 연상이라 의아했는데 읽었던 지인들의 여러 해석 중 공감 갔던 내용이 있어서 공유 드려보고 싶었어요.
<바비는 여성들을 너무 사랑해서, 기득권적인 설정을 포기하면서도 오롯이 같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꾸러 온 거다>라는 해석이었습니다!
바비는 영화에서 내내 여성들을 사랑하고, 현실 세계 여성들이 바비 덕분에 행복할 거라고 믿고 바라며 바비월드의 기득권으로서 지내왔는데, 현실세계에 직접 와보니 아니었잖아요.
현실의 여성들을 사랑하는 바비는(벤치에 앉은 할머니께 그냥 아름답다고 느끼거나 사샤와 같은 여자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처럼) 그후 현실세계의 여성들과 의미를 만드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는데요,
바비월드에서는 '기득권이 될 수 있었던 인형의 설정'을 벗어던지고(현실세계에서도 성희롱하는 공사장 남인부들에게 '난 질이 없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강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게 바비의 기득권의 한 성질이기도 하고 페미니즘적으로 논의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런 기득권적 성질을 포기하면서까지 산부인과 시술을 통해 현실의 여성과 오롯이 같은 존재로서 여자들을 위해 리얼월드의 가부장제와 싸우려고 온 거다,
라는 해석을 보고 저에게는 바비가 완성되었거든요! 이렇게까지 해석이 어려운 영화라면 상업적이거나 대중적인 시도로는 실패 아닐까 하지만 좋은 메시지라고 느껴서 공유드려봅니다. 작가님 리뷰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정기훈 그렇네요 다른 차원에서 현실로 나가는 그 지점이 참 재밌었어요 하이힐을 선택할 것인가 버켄스탁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갈등도 마치 빨간약 파란약 같았고요
매트릭스가 떠오르더라구요.
네오가 결국, 물론 4편에서는 트리니티가 주인공이지만
아무튼 네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현실+매트릭스)를 깨부수고 나가듯이 바비도 바비랜드와 현실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진짜 현실을 향해 나가듯. 하이힐이 매트릭그로 접속하는 수단이고 평평한 신발이 현실로 나가는 수단인걸로 보이더라구요. 이념이나 뭐나 다 떠나서 그냥 바비가 바버라를 향해 나아가는 서사 같았어요
@박경목 맞아요 그런 대사도 비현실적이라 때론 코미디 같았어요 ㅎ
대사가 무슨 교과서 보듯 직설적 이었어요. 그게 저는 오히려 더 코믹하게 느껴졌어요. ㅎㅎ. 두 배우의 연기 톤이나 영화의 톤 저거 어떻게 잡았는지. 어떻게 저런 연기할 수 있지 하면서. ㅎㅎ
@이현파 아 현파님 반갑습니다. 남성분들도 눈요깃거리로 재밌을 거예요! 보시고 현파님도 비판해주세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그레타 거윅의 팬이지만 크게 끌리지 않았는데 영화관에 가고 싶어졌어요.
대사가 무슨 교과서 보듯 직설적 이었어요. 그게 저는 오히려 더 코믹하게 느껴졌어요. ㅎㅎ. 두 배우의 연기 톤이나 영화의 톤 저거 어떻게 잡았는지. 어떻게 저런 연기할 수 있지 하면서. ㅎㅎ
@아영 아영님 마지막 부분 해석은 제 해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런 댓글 누군가 남겨주시길 원했어요. 감사합니다. 아영님 해석도 좋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중에 한 부분은 조금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바비가 기존에 가진 기득권은 강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란 말씀이요. '성기를 가진 것보다 안 가진 게 기득권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간을 당할 위험이 없으므로? 하지만 바비랜드의 켄도 성기가 없는데? '거시기가 없음'이 오히려 기득권이 된다니, 조금 독특한 사고 같아요. 하지만 기존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는 의미있는 주장이란 생각도 들어요. 전 바비랜드의 바비가 가진 기득권은 환경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쉽게 될 수 있는 환경. 여성 대통령도, 여성 노벨상수상자도, 여성 부자도, 여성 CEO도 흔해빠진 세상이 바비랜드니까요. 그것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득권 포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리뷰가 좋아서 댓글 남겨봅니다. 처음에 저도 작가님 글처럼 부인과 장면이 트렌스젠더 연상이라 의아했는데 읽었던 지인들의 여러 해석 중 공감 갔던 내용이 있어서 공유 드려보고 싶었어요.
<바비는 여성들을 너무 사랑해서, 기득권적인 설정을 포기하면서도 오롯이 같은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바꾸러 온 거다>라는 해석이었습니다!
바비는 영화에서 내내 여성들을 사랑하고, 현실 세계 여성들이 바비 덕분에 행복할 거라고 믿고 바라며 바비월드의 기득권으로서 지내왔는데, 현실세계에 직접 와보니 아니었잖아요.
현실의 여성들을 사랑하는 바비는(벤치에 앉은 할머니께 그냥 아름답다고 느끼거나 사샤와 같은 여자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처럼) 그후 현실세계의 여성들과 의미를 만드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는데요,
바비월드에서는 '기득권이 될 수 있었던 인형의 설정'을 벗어던지고(현실세계에서도 성희롱하는 공사장 남인부들에게 '난 질이 없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강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게 바비의 기득권의 한 성질이기도 하고 페미니즘적으로 논의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런 기득권적 성질을 포기하면서까지 산부인과 시술을 통해 현실의 여성과 오롯이 같은 존재로서 여자들을 위해 리얼월드의 가부장제와 싸우려고 온 거다,
라는 해석을 보고 저에게는 바비가 완성되었거든요! 이렇게까지 해석이 어려운 영화라면 상업적이거나 대중적인 시도로는 실패 아닐까 하지만 좋은 메시지라고 느껴서 공유드려봅니다. 작가님 리뷰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매트릭스가 떠오르더라구요.
네오가 결국, 물론 4편에서는 트리니티가 주인공이지만
아무튼 네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현실+매트릭스)를 깨부수고 나가듯이 바비도 바비랜드와 현실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진짜 현실을 향해 나가듯. 하이힐이 매트릭그로 접속하는 수단이고 평평한 신발이 현실로 나가는 수단인걸로 보이더라구요. 이념이나 뭐나 다 떠나서 그냥 바비가 바버라를 향해 나아가는 서사 같았어요
@박경목 맞아요 그런 대사도 비현실적이라 때론 코미디 같았어요 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그레타 거윅의 팬이지만 크게 끌리지 않았는데 영화관에 가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