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지나 쓰는 여행기8_잃어버린 땅(2)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6/07
열이 마침내 내린 날, 바라나시 시내에 있는 한 한국식당을 찾았다. 외국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보통 맛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묘한 힘이 난다. 그래서 한번씩은 비싸더라도 사 먹게 된다. 힘을 내려고. 그날의 음식도 그랬다. 맛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한국음식이라는 이유로 힘이 조금 났다.

식사를 하는 내내 식당 앞 골목이 시끄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창문을 내다보니 여러 사람이 시신을 함께 들고 갠지스강 화장터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죽은 이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살기 위한 음식을 파는 식당 앞길이 죽은 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니. 식당을 나서는데 또 하나의 장례행렬이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바라나시의 노상 화장터는 워낙 유명한 곳이지만 쉽게 발길이 향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 모르니 두려움이 앞섰다. 살아있는 이들에게 죽음이란 그런 게 아닐까.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는 미지의 세계 같은 것.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지만, 살아갈 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줄곧 잊는다. 마치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날은 무언가에 홀린듯 장례행렬을 따라 화장터로 향했다. 화장터에 다다르기도 전에 골목 끝에서 희뿌연 연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육신이 타오르면서 내뿜는 특유의 냄새도 골목을 따라 흘러들어왔다. 화장터를 떠올릴 때마다 긴장했던 며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골목 끝에 다다를수록 몸과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골목을 마침내 벗어나자 화장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한참 불에 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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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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