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5/10
"드시고 가시나요, 가지고 가시나요?"
"잠깐만 앉아 있다가 갈게요. 테이크아웃컵에 주세요."
"저희가 일회용컵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서요. 드시다 남으면 담아드려도 괜찮으실까요?"
이쯤 되면 손님들의 표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뭘 그리 까탈스럽게 유난인가.'하는 손님과 '환경파괴범으로 보이고 싶진 않은데, 일단 알았다고 해야지.'하는 손님으로.

"빨대 좀 주세요."
"저희가 빨대를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 업체여서요. 노약자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아이스 음료가 나가면 당연하다는듯 꽂아서 제공되는 빨대. 카페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빨대 사용을 너무나 당연한 기본값으로 여긴다. 어떤 사람들은 카페에서 잔뜩 빨대를 가져다가 집에서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사용하기도 한다. 집에서도 기본(?)을 갖추고 음료를 마시기 위해.

나는 을이다. 서비스 업종을 하는 입장에서 갑인 손님에게 나의 방식을 강요하는 건 무척 난해한 일이다. 깊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카페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정당화하고 싶지 않았다. 일회용품을 쓰면 쓸수록 자꾸 마음이 불편했다. 처음에는 일반 빨대를 사용하다 분해되는 빨대로 바꿔보았다. 일반 빨대가 플라스틱으로 재활용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를 알고도 계속 일반 빨대를 쓸 수는 없었다. 훨씬 값이 나가지만 생분해 빨대를 한동안 사용했다. 그런데 제주는 일반쓰레기를 매립하지 않고 소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리 생분해 빨대를 쓴다해도 별 소용없는 일이었던 것.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다 푸른컵을 알게 됐다. 예비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인데, 보증금을 내면 소독한 텀블러를 제공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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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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