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왜곡한 역사6]흑치상지가 북망산에 묻힌 까닭은?

박일환
박일환 · 시인, 저술가, 국어사전 탐방자.
2024/05/19
사람이 죽는 걸 흔히 ‘북망산 간다.’라고 하는데, 북망산은 중국에 실재하는 산이다. 그런데 이 산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많이 묻혀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할 때 많은 이들이 당나라로 끌려가거나 스스로 투항한 다음 당의 신하가 되기도 했다. 끌려간 이들은 백제의 의자왕, 고구려의 보장왕 등이고, 신하가 된 사람은 연개소문의 장남인 연남생, 백제 부흥 운동을 펼쳤던 흑치상지 등이다. 이들은 모두 북망산에 묻혔다. 
북망산(北邙山)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무덤이 많은 곳이나 사람이 죽어서 묻히는 곳을 이르는 말. 중국의 베이망산에 무덤이 많았다는 데서 유래한다.’라고 풀이했는데, 불친절한 서술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옛날 중국의 북망산에 제왕(帝王)이나 명사(名士)들의 무덤이 많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라고 해서 단순히 묘지가 많은 곳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북망산은 국가에서 관리한, 요즘으로 치면 국립묘지 같은 성격을 띤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록 패망한 나라 출신들이지만 왕족이나 귀족들이었기에 당나라 조정이 그에 맞게끔 대우를 해준 셈이다.
그중 흑치상지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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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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