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시민 인문학 정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1)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6/16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시민 인문학 강좌를 듣는 시민들. 출처-스토리오브서울


새로운 시민 인문학 정책이 절실한 한국 사회

시민 인문학 정책의 핵심은 성숙한 민주 시민의 수준에 걸맞은 새롭고 창의적인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수행할 단체를 선별해 파격적으로 지원해주는 데 있다. 인문학이 대학 내에서만 수행되는 학술적 연구로서의 성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호흡하는 가운데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인문학의 공공적 성격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시민들이 대학 밖, 공공 영역에서도 고급한 인문학 지식과 교양을 습득해 인문학적 태도로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대학 내에서 연구되는 인문학의 수준 못지않게, 더 나아가서는 대학의 인문학과는 차별되는 청신하고 능동적인 인문학 콘텐츠를 공공의 영역으로 확산시켜, 비판적이며 민주적인 시민 의식을 고양시키는 일이 시민 인문학 지원 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또한 기존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시민 사회 영역에서도 인문학적 가치를 실험하고 갱신하는 활동을 통해 경제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학술적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인문학 연구자들의 일자리는 대학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으며, 대학 밖 공공 영역으로 나가는 일이란 대개 연구를 중단하는 맥락으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시민 인문학 정책이 인문학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활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은 대학이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고학력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 의제에 대한 분노와 열정이 간헐적으로 분출되고, 그 결과의 정책화-제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은 시민 인문학 수요와 공급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구축...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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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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