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귀를 자르기 두 달 전 침실의 핏빛 담요

badacopy
badacopy · 작가, 강사
2024/02/15
고흐의 작품이 깊은 개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888년 이후다. 자살하기 2년쯤 전 아를로 이사하면서부터다. 그의 일대기를 보면 그동안의 고독이 아를의 햇빛을 만나 폭발한 것 같다. 예술적으로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그려냈지만 생활 속의 안정감은 완전히 사라진다. 

고흐는 아를에 도착하자마자 고갱과 같은 화가를 모이게 하고 싶었다. 고갱에게 한 첫 번째 제안이 자화상 교환이었다. 바로 그 ‘고갱에게 주는 자화상’을 보면 놀라운 솜씨와 함께 소름이 돋을 정도의 대담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고흐는 렘브란트만큼이나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유화로 그린 자화상으로 한정한다면 비슷한 숫자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고갱에게 주는 자화상, 1888, 캔버스에 유화, 62x52 cm, 폭fogg 박물관, 하버드 대학교
이 자화상은 고흐가 회화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시작한 시기의 것이다. 고흐도 세잔처럼 단지 색깔의 병치만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브제에 대한 감각과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식의 붓질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관자놀이 부분을 보면 옅은 핑크와 보라, 그리고 녹색을 사용하여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다. 강처럼 흐르는 듯한 붓질을 되풀이하며 야윈 얼굴의 단단한 골격을 표현하고 있다. 녹색 배경에 얼굴은 노란색, 옷은 갈색이다. 그는 자기 얼굴에 새로운 기거지인 아를에서 본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를에 오면 누구나 이런 자연의 색깔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눈은 일부러 일본인처럼 그렸다는데 우키요에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생동감 넘치는 색깔 사용에 비하면 표정은 예사롭지 않다. 할말이 많은 듯한 입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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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저작물의 저자 :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2022),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2014년, 2022년 개정판), ≪위반하는 글쓰기≫(2020),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2018, 2022년 드라마(한석규/김서형 주연), 그 외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7, 박웅현과 공저)가 있고, 이어령과 공저한 ≪유쾌한 창조≫(2010), 문국진과 공저한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2011), 한무영과 공저인 ≪빗물과 당신≫(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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