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쇠젓가락으로 밥 먹을 수 있을거유.
2023/03/12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혼을 빼고 일을 하는거지.'
부산하게 움직이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바지에, 유약 작업을 했는지 머리와 얼굴엔 온통 허연 가루를 뒤집어 쓰고 한 쪽 발에는 슬리퍼를, 다른 한 쪽은 맨발인 채로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왔다갔다한다. 그런 남편을 한 동안 뻔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슬리퍼나 마저 신고 하지...'
버려진 슬리퍼 한 짝이 뻘쭘하니 마당 한 구석에 놓여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신을 생각이 없어 보여 슬며시 슬리퍼를 집어 남편 앞에 놓았다.
"신이나 신고 하소"
그제서야 남편은 멀뚱하게 자기 발을 내려다 본다. 그리고 하는 말. "내가 슬리퍼를 한 짝만 신었나?" 어이가 없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선배라는 사람이 껄껄 웃으며 "그래도 와이프가 최고네" 한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이 사람에게 어떠한 잔소리도 바가지도 긁지 않겠노라고.
집에 오면 그저 편안하게 쉬게만 해 주겠노라고.
자기 능력 마음껏 펼치도록 돕겠노라고...
신발을 신었는지 벗었는지도 모르고 일에 골몰하는 사람에게 뭘 더 바라겠나. 그냥 집에서만은 편하게만 해주는게 내 역할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나는, 대체로 그 결심을 지키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대체로' 라고 하는 것은,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고 끊임없이 잔소리거리를 만들어내고 그러면서도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아 여지없이 그 결심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칠 때가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화가 나고 잔소리하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다가도 작업실에서 또 혼을 빼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면,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그러니 이 사람이지. 하고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남편은 손재주를 타고 난 사람이다. ...
부산하게 움직이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바지에, 유약 작업을 했는지 머리와 얼굴엔 온통 허연 가루를 뒤집어 쓰고 한 쪽 발에는 슬리퍼를, 다른 한 쪽은 맨발인 채로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왔다갔다한다. 그런 남편을 한 동안 뻔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슬리퍼나 마저 신고 하지...'
버려진 슬리퍼 한 짝이 뻘쭘하니 마당 한 구석에 놓여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신을 생각이 없어 보여 슬며시 슬리퍼를 집어 남편 앞에 놓았다.
"신이나 신고 하소"
그제서야 남편은 멀뚱하게 자기 발을 내려다 본다. 그리고 하는 말. "내가 슬리퍼를 한 짝만 신었나?" 어이가 없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선배라는 사람이 껄껄 웃으며 "그래도 와이프가 최고네" 한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이 사람에게 어떠한 잔소리도 바가지도 긁지 않겠노라고.
집에 오면 그저 편안하게 쉬게만 해 주겠노라고.
자기 능력 마음껏 펼치도록 돕겠노라고...
신발을 신었는지 벗었는지도 모르고 일에 골몰하는 사람에게 뭘 더 바라겠나. 그냥 집에서만은 편하게만 해주는게 내 역할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나는, 대체로 그 결심을 지키며 살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대체로' 라고 하는 것은,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고 끊임없이 잔소리거리를 만들어내고 그러면서도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아 여지없이 그 결심을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칠 때가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화가 나고 잔소리하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다가도 작업실에서 또 혼을 빼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면,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그러니 이 사람이지. 하고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남편은 손재주를 타고 난 사람이다. ...
지미님 덕에 한번 더 읽어봤네유.. 다시 읽어도 새롭습니다. 결혼해서 남편을 의지도 하면서 봐줄 건 봐주고 이해할 건 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미소짓게 합니다.
작업실도 아주 멋집니다요.. 훑어보니 제가 댓글도 달았었네유.. ㅎㅎ
합평 읽어보는 것도 일이었겠어요.. 흐미..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두분 다. ^^
[합평]
왠지 은은한 웃음이 자아나는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약 3000자의 짧으면 짧다고 볼 수 있는 글인데 진영님과 남편 분의 삶의 한 면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진한 글이었습니다.
가끔 주변에 쉬지 않고 일을 한다거나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 말이라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전혀 그러지 못하여 신기하게 바라보곤 하는데, 같이 있다보면 뭐랄까 에너지를 좀 받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좀 일이 생기더라도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가까이 있고 싶은 그런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포크레인에 트럭, 게다가 지문이 닳아 쇠젓가락이 아닌 나무젓가락으로 식사하시는 정도라면.. 남편 분께서는 제가 만난 어떤 분들보다도 더 행동력이 있으신 분 같습니다. 집 사진을 보니 센스도 있으신 것 같아요. 산 중턱이라고 하나, 세련되고 멋진, 뒤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그런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걱정하면서도 보조하면서도 콤비를 맞추시는 진영님의 모습도 두 분의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였어요. 전 아직 10년이 채 안된 결혼 생활이지만, 어떤 캐릭터 같은 게 잡혀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소소하면서도 즐겁고 사랑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합평]
쉼은 본인의 쉼만 생각했는데, 남편의 쉼을 이야기 하셔서 신선했습니다. 글을 처음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합평을 하려고 다시 한번 돌아가보니, 남편의 바쁨을 계속해서 옆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도움을 요소요소에 제공하고, 이사람이 무리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세심하게 관찰하고 쉬어야 할 때 쉼을 제공할 수있게 계속 체크 하고 준비하고 계시는 진영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무언가 두분의 바쁨 모두 사회적으로 강요된 바쁨이 아니고, 남편분은 본인의 열정에서 나오는 바쁨, 진영님은 저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바탕된 바쁨이라 마음이 무겁지가 않았습니다.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그냥 일을 많이 한다는 뭉뚱그림이 아닌, 각 장면에 대한 묘사로 남편분이 하시는 작업도 엿볼수 있어 좋았습니다. 문장마다 줄바꿈을 하시는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내용을 감사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빅맥쎄트가 평생을 쉬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글을 썼다면 진영은 그런 어머니가 왜 쉴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글을 썼다. 밖에서 일한 사람들이 집에서 만큼은 편하게 쉬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쉼터를 제공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빅맥쎄트의 어머니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일했을 것이다. 다쳐야만 쉬는 진영의 배우자도 진영도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몬스는 쉼을 게으름이라 인지하는 사회에 관한 글을 썼다.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쉼을 강제로 선택하는 진영의 배우자 이야기를 읽으며 쉼을 챙겨가며 다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일하는 삶이 우리에게는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프지 않아도 누워서 뒹굴거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쉴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였다면 좀 달랐을까. 쉼에 관한 주제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배우자의 쉬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타인의 쉼을 돌보는 것에 집중하는 진영의 삶이 그려졌다. 배우자가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배우자가 자신을 돌보지 않아도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진영’이라는 강력한 돌보미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지
다 지나 간 글을 우째 읽으시고...
감사의 뜻으로 통성명만하고 결혼한 얘기 다음편에서 해 드릴게요 ㅎㅎㅎ
요즘 어째 글이 좀 뜸하신 느낌입니다.
자주 봡길요~
@진영님, 얼에모 마지막 편 올리셨나 궁금해서 훑어보다가 "쉼"주제가 있어서 들어왔어요.
전 왜 이글을 못봤을까요?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 진영님 남편분은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시군요.
도자기를 전공했다는 것도 새롭구요.. 예술가이시구만요..
살다보니 이사람은 이런사람이구나 배려해주시는 진영님의 마음이 잘 묻어나서
저도 차분하게 잘 읽었습니다.
[합평]
손재주가 타고난 남편, 하지만 타고난 손재주가 그를 늘 바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슬리퍼를 신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하는 인생을 살았던 남편, 그리고 그를 잔소리하지 않고 보좌하기로 마음 먹은 진영님. 잠시도 쉬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남편, 그걸 지켜보는 부인.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았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았을까.
멋진 집을 짓느라 고생하신 두 분께 축하와 격려를 보냅니다.
[합평]
담백하게 쓰셨지만 남편을 위한 애정이 충만한 글이네요. 남편의 하는 일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진영님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빠르게 읽혀지게 합니다. ‘쉽고 빠르게’ 읽힌다는 건 쉽게 썼다는 걸 의미하면서, 글을 쉽게 쓰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건지 저는 쓰면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자신의 하는 일에 쉬지 못하고 연속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읽다가 ‘쇠굴뚝을 안고 낡은 스레트지붕 위를 걷다가 스레트가 무너지는’ 글에서는 아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마치 내가 겪듯 절로 아찔해졌어요.
지문이 닳도록 손으로 하는 그 모든 일에 생을 걸만큼 집중하는 남편은 결국 도예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군요. 그런 남편을 진즉에 이해하고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아내의 지혜도 엿보입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는데 해발 700미터의 진영님네는 안팎으로 엄청 바빠지시겠습니다. 때에 따라 심고 키우고 거두기까지 글과 도예로 몰입하는 부부의 ‘예술’이 어우러지고 숙성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시길 기원합니다. 남편분의 온전히 쉴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쉽고 실감나게 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진영
[합평]
남편분에게서 장인의 향기가 나네요. 챝 GPT 따위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예술작품을 만드시는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무엇보다 신발을 제대로 신었는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해 있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뭐든 손으로 하는 것은 내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는 평소 모습에서 일에 대한 뚝심과 프라이드가 느껴지세요.
진영님의 무심한듯 남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두분이 꽁냥꽁냥 재밌게 사실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음에 들지 않고 평생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 있지만, 남편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모습이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집이 너무 이쁘고 독특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고도가 있는 외곽 지역에 거주하시는 것 같은데 가끔씩 사람 냄새가 그립거나 하지는 않은지 궁금합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것도 좋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원, 주민센터, 마트 등 주변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움직이는데 더 편하다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달달한 삶의 풍경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손재주를 타고난 남편분, 도자기를 만드는 예술가군요?
스스로 토목공사를 하고, 길을 내고 집을 짓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전문가를 최소한으로 쓰고 본인이 직접 다 하셨다는 내용을 읽고 쉴 틈 없는 삶을 사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시공사를 끼고 집을 지으면서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진영님께서 옆에서 지켜보며 속앓이를 많이 하셨을 것 같아 짠한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진영님이 어떤 연유로 산속에 집을 짓고 살게 되셨을까?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해소되는 글이네요. 얼에모를 통해 한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낱낱이 까발려지는 듯합니다. 내 신상이 드러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지만, 다른 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더 친밀해지는 듯하여 반갑기도 합니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이 사람에게 어떠한 잔소리도 바가지도 긁지 않겠노라고.집에 오면 그저 편안하게 쉬게만 해 주겠노라고.자기 능력 마음껏 펼치도록 돕겠노라고...>
이 부분에서 배우자에 대한 진심과 사랑이 느껴져서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무아지경에 빠진, 흙에 파묻혀 사는 남편분이 이해가 안되면서도 부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좀 쉬어가면 좋으련만 아픈 손이 눈치를 많이 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성한 손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계시는 남편분을 보니 정말 부지런함이 몸에 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의도치 않은 쉼이 저 사람한테는 고문일테니까.>
말씀처럼 어쩌면 남편분께는 본인의 손으로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두 발을 뻗는 몇 시간이 진정한 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반면에 바쁠 건 없다고 매사에 개의치 않고 적당한 여유가 느껴지는 진영님의 성격이 대비가 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진영님의 ‘쉼’에 대해서도 살짝 궁금해집니다. 무심한 듯하지만 따뜻한 성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진영님네 댁인가요? 와.....해발 700미터에 있는 정말 그림같은 집...한 번쯤 살아보고픈 로망이 생겨납니다ㅎㅎ
가끔 '쉰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은 분들이 계시더라구요...늘 신기해하곤 했었는데, 진영님의 남편분이셨군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들곤 해요. 나는 해야할 일도 미루고 또 미루는데...ㅠㅎㅎㅎㅎ
이번에 푹 쉬시며 몸을 잘 추스리시기를 바라며....글에서 진영님의 마음이 듬뿍 드러나 너무 좋았습니다. 행복한 일요일 보내시기를 바라요:)
@진영
정말 산 속의 그림같은 집이네요. 완젼 대저택 ^_^
집도 부럽지만 진영님 처럼 자신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바라봐주는 아내를 둔 남편분이 젤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_^
지미님 덕에 한번 더 읽어봤네유.. 다시 읽어도 새롭습니다. 결혼해서 남편을 의지도 하면서 봐줄 건 봐주고 이해할 건 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미소짓게 합니다.
작업실도 아주 멋집니다요.. 훑어보니 제가 댓글도 달았었네유.. ㅎㅎ
합평 읽어보는 것도 일이었겠어요.. 흐미..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두분 다. ^^
[합평]
왠지 은은한 웃음이 자아나는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약 3000자의 짧으면 짧다고 볼 수 있는 글인데 진영님과 남편 분의 삶의 한 면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진한 글이었습니다.
가끔 주변에 쉬지 않고 일을 한다거나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 말이라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전혀 그러지 못하여 신기하게 바라보곤 하는데, 같이 있다보면 뭐랄까 에너지를 좀 받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좀 일이 생기더라도 미워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가까이 있고 싶은 그런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포크레인에 트럭, 게다가 지문이 닳아 쇠젓가락이 아닌 나무젓가락으로 식사하시는 정도라면.. 남편 분께서는 제가 만난 어떤 분들보다도 더 행동력이 있으신 분 같습니다. 집 사진을 보니 센스도 있으신 것 같아요. 산 중턱이라고 하나, 세련되고 멋진, 뒤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그런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걱정하면서도 보조하면서도 콤비를 맞추시는 진영님의 모습도 두 분의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였어요. 전 아직 10년이 채 안된 결혼 생활이지만, 어떤 캐릭터 같은 게 잡혀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소소하면서도 즐겁고 사랑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합평]
쉼은 본인의 쉼만 생각했는데, 남편의 쉼을 이야기 하셔서 신선했습니다. 글을 처음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합평을 하려고 다시 한번 돌아가보니, 남편의 바쁨을 계속해서 옆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도움을 요소요소에 제공하고, 이사람이 무리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세심하게 관찰하고 쉬어야 할 때 쉼을 제공할 수있게 계속 체크 하고 준비하고 계시는 진영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무언가 두분의 바쁨 모두 사회적으로 강요된 바쁨이 아니고, 남편분은 본인의 열정에서 나오는 바쁨, 진영님은 저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바탕된 바쁨이라 마음이 무겁지가 않았습니다.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그냥 일을 많이 한다는 뭉뚱그림이 아닌, 각 장면에 대한 묘사로 남편분이 하시는 작업도 엿볼수 있어 좋았습니다. 문장마다 줄바꿈을 하시는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내용을 감사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빅맥쎄트가 평생을 쉬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글을 썼다면 진영은 그런 어머니가 왜 쉴 수 없는지를 보여주는 글을 썼다. 밖에서 일한 사람들이 집에서 만큼은 편하게 쉬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쉼터를 제공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빅맥쎄트의 어머니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일했을 것이다. 다쳐야만 쉬는 진영의 배우자도 진영도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몬스는 쉼을 게으름이라 인지하는 사회에 관한 글을 썼다.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쉼을 강제로 선택하는 진영의 배우자 이야기를 읽으며 쉼을 챙겨가며 다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일하는 삶이 우리에게는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프지 않아도 누워서 뒹굴거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쉴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였다면 좀 달랐을까. 쉼에 관한 주제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배우자의 쉬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타인의 쉼을 돌보는 것에 집중하는 진영의 삶이 그려졌다. 배우자가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배우자가 자신을 돌보지 않아도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진영’이라는 강력한 돌보미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수지
다 지나 간 글을 우째 읽으시고...
감사의 뜻으로 통성명만하고 결혼한 얘기 다음편에서 해 드릴게요 ㅎㅎㅎ
요즘 어째 글이 좀 뜸하신 느낌입니다.
자주 봡길요~
@진영님, 얼에모 마지막 편 올리셨나 궁금해서 훑어보다가 "쉼"주제가 있어서 들어왔어요.
전 왜 이글을 못봤을까요?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 진영님 남편분은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시군요.
도자기를 전공했다는 것도 새롭구요.. 예술가이시구만요..
살다보니 이사람은 이런사람이구나 배려해주시는 진영님의 마음이 잘 묻어나서
저도 차분하게 잘 읽었습니다.
[합평]
손재주가 타고난 남편, 하지만 타고난 손재주가 그를 늘 바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슬리퍼를 신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하는 인생을 살았던 남편, 그리고 그를 잔소리하지 않고 보좌하기로 마음 먹은 진영님. 잠시도 쉬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남편, 그걸 지켜보는 부인.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았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않았을까.
멋진 집을 짓느라 고생하신 두 분께 축하와 격려를 보냅니다.
[합평]
담백하게 쓰셨지만 남편을 위한 애정이 충만한 글이네요. 남편의 하는 일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진영님의 글이 독자로 하여금 빠르게 읽혀지게 합니다. ‘쉽고 빠르게’ 읽힌다는 건 쉽게 썼다는 걸 의미하면서, 글을 쉽게 쓰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건지 저는 쓰면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자신의 하는 일에 쉬지 못하고 연속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읽다가 ‘쇠굴뚝을 안고 낡은 스레트지붕 위를 걷다가 스레트가 무너지는’ 글에서는 아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마치 내가 겪듯 절로 아찔해졌어요.
지문이 닳도록 손으로 하는 그 모든 일에 생을 걸만큼 집중하는 남편은 결국 도예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군요. 그런 남편을 진즉에 이해하고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아내의 지혜도 엿보입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는데 해발 700미터의 진영님네는 안팎으로 엄청 바빠지시겠습니다. 때에 따라 심고 키우고 거두기까지 글과 도예로 몰입하는 부부의 ‘예술’이 어우러지고 숙성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시길 기원합니다. 남편분의 온전히 쉴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쉽고 실감나게 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