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무릎 꿇다 5] 최애소설입니다 - 『오만과 편견』
2024/03/28
현존하지 않는 인물 때문에 마음을 끓였던 적이 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다아시가 그 대상이었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였는데, 읽으면서 느꼈던 달콤함과 저릿함이 지금도 만져질 듯 생생하다. 이십 대에 접어든 어느 날,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다. 지금 읽어도 그렇게 설렐까? 놀랍게도 중학생이었을 때와 같은 반응이 일었다. 설레고, 그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고, 들떠서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
내게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중 탑 쓰리를 꼽으라면 『오만과 편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안나 카레니나』를 꼽을 텐데, 그 중 『오만과 편견』은 읽었던 횟수로 보나, 실생활에서 받은 영향력으로 보나, 독서 당시의 몰입 정도로 보나, 단연코 일 순위였다.
그러나 남들에게 말할 때 나의 최애소설은 이 소설이 아니었다. 고교시절 독서모임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이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참가자들에게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받은 뒤부터 이 소설을 최애소설이라 밝히지 않게 되었다.
당시 모임의 구성원들은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여자들이 떼거지로 등장해 같이 밥 먹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얘기가 뭐 그리 좋느냐, 정도의 반응이었던 것 같다. 물론 누구도 그 소설을 ‘수준 낮다’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나는 금방 알아차렸다. 그 소설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얘기하는 게 내 ‘이미지’를 깎아먹는다는 것을. 그 뒤로, 타인에게 밝히는 나의 최애소설은 『안나 카레니나』와 『전쟁과 평화』가 되었다. 마음 속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리긴 했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소설들이었고, 톨스토이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쩐지 내가 조금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두 소설에 대해서는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왜 좋아하느냐’는 반응이 오지 않았다. 특히 『전쟁과 평화』를 꼽을 때는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의 반응까지 따라붙었다.
한국...
2013년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에세이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논픽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