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역사책을 찾아서 (2)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07/13
1981년 호운壺雲 김재환이라는 한학자가 <단국총사檀國總史>라는 다섯 권짜리 책을 무려 7만 원에 내놓았다.
ⓒ이문영
1981년에 나왔지만 아무 관심을 못 받고 있었는지 책 소개 기사는 1983년에서야 실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책의 판권 표시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보통 이런 책은 어디선가 비전의 역사책을 발견하여 그것을 소개한다고 하거나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새롭게 저술했다고 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과정이 없다. 대체 어디서 뭘 보고 썼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그냥 태연하게 늘어놓고 있다. 이 책 자체가 "위대한 상고사"를 증명하는 책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의 4권 말미에는 참고 도서가 적혀있는데 그 책이 이러하다. 연도는 내가 따로 조사해서 부기했다.

규원사화 (신학균 역, 1968)
조선상고사 (신채호)
조선상고사감 (안재홍)
조선사연구 (정인보)
신단지역 (김교헌 - 이런 책은 없다. <신단실기>나 <신단민사>를 잘못 적은 듯.)
동몽선습
한국전사 (정명악, 1966 - 대체로 처음 들어봤을 책과 저자일 텐데, 거의 읽는 게 불가능한 유사역사학 전파서이다.)
민족정사 (윤치도, 1977 - 유사역사가에게 여러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한국의 재발견 (최인, 1970 - 역시 유사역사가에게 여러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한국고대사 상 (문정창, 1979 - 유사역사학의 대부)
뜻으로 본 한국사 (함석헌)
세계의 역사(1967) 외 수십 종

대체 저런 책으로 "위대한 상고사"를 지어냈다는 건 너무나 이상...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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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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