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2/09/12
▲ 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저
지난 2015년에 방한하여 국내 심리학계에 화제가 되었던 조너선 하이트(J.Haidt)는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도덕성(morality)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학자입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도덕성에 대한 논의는 늘 '도덕적 우월함' 과 '도덕적 열등함' 을 나누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인간의 도덕성이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로 발달해 간다는 로런스 콜버그(L.Kohlberg)의 도덕성 발달 이론이 인기를 끌고 있었고, 정치계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가리켜 부도덕하다고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차별적이고 혐오를 일삼아서" 부도덕하다고 비난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이 "애국심이 없고 동성애에 우호적이어서"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식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너선 하이트는 자신의 명저 《바른 마음》 에서도 소개되는 도덕성 기반 이론(MFT; moral foundations theory)을 제안합니다. 그는 더 이상 도덕성의 우월함과 열등함을 논의하지 않습니다. 진보가 보수보다, 보수가 진보보다 더 도덕적이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는 무엇이 도덕적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기반(foundation)이 세상에 여러 종류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저 사람들이 취하는 도덕성의 기반만이 서로 달라질 따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진보주의자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가?' 를 중심으로 하여 '그것이 공정한가?' 정도까지만 도덕적 판단을 할 때 고려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그에 더하여 '집단에 충성하는가?', '권위에 순종하는가?',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는가?' 까지도 함께 고려합니다.

그렇다면 진보주의자들이 가해(harm) 상황에서 보수주의자들보다 더 격한 도덕적 규탄을 하는 이유는 명백해 보입니다. 그들에게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바로 도덕적 삶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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