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05/12
/홍일표
   
보라의 얼굴이 조금씩 보인다
네 안에 오래 숨죽이고 있던 우울한 피의 누설
천천히 살 밖으로 제 마음을 밀어내는
   
살을 찢고 터져 나오지 못한 말들이 있다
옷깃으로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어른거리며 나타나는 무수한 말의 혈흔
   
너는 죽은 눈동자의 색이라고 했다
서서히 번져가는 무늬
굳이 꽃이라고 번역하고야 마는 것
피가 죽은 자리에서 비로소 개화하는 것
   
홀로 몸속에 어둠을 거두어 눌러 죽인 사람은 안다
기어코 어둠을 보랏빛으로 고쳐 적으며
몸 밖으로 밀어내는 밤의 자국들
   
거기 보라가 있다
어두운 빛을 삼키고
스스로를 지우며 마지막 한마디까지 증언하는
   
#누구나 멍 하나쯤 가지고 살지. ‘네 안에 오래 숨죽이고 있던’ 멍은 어떤 색깔일까. ‘살을 찢고 터져 나오지 못한 말’은 어떤 색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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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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