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2.] 자족이라는 디딤돌

나철여
나철여 · 할미라 부르고 철여라 읽는다^^
2023/06/30
역행하며 살았다. 
돌아보니 그것도 해 볼 만 하다. 역행하다 순행할 때는 사람들이 모인다. 마치 처음 인간이 되는 것 같다. 어제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오늘도, 어제라는 디딤돌이 있지 않았는가.

먹는 게 풍족하지 않았던 집 형편이기도 했지만, 5남 1녀 여덟 식구였다. 
우리 밥상과 아부지 밥상은 늘 따로 차린다. 감히 넘볼 수 없는 밥상이다. 아부지 월급날이면 우리 밥상도 다르다. 우리는 김 한 장씩을 나눠 받는다. 김 한 장을 여덟 번 접어 밥 한 그릇을 다 비워도 늘 배가 고팠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밥상 밑에 숨기며 아껴먹던 김을 오빠들이 훔쳐가 입속으로 넣어 버리면 다섯째인 나는 눈물이 반찬이다. 
엄마는 김 두 세장을 연탄불에 앞뒤로 뒤집어가며 그을려 손바닥으로 슥슥 비벼서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김국을 만든다. 참기름 한 방울도 그땐 고순내가 온 동네를 진동시킨다. 내 차례가 되면 고순내도 사라진다.
아부지 밥상에 달걀후라이는 언제나 밥속에 숨어있다. 조선간장보다 더 귀했던 왜간장(일본에서 왔다는 간장)을 뜨근한 밥속에 숨은 계란에 비벼 드신다. 울 아부지는 특권이다. 울 엄마는 알아서 떠 받든다. 아부지 건강해야 우리도 공부할 수 있다는 주입식 교육은 극히 자연스레 우리 몸에 베이고 우리들 정신에 못 박혀 있다. 

못 배운 게 한이었던 울 엄마는 자식들에게 그 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아끼고 아껴서 우리 머릿속에 다 넣어 주었다. 모두 학사모를 씌웠다.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배움이었다. 엄마의 만세는 우리에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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