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제 배 속에 있어요!
2021/11/05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알렸던 날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처음에는 아예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들키더라도 최대한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겨서 아이가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을 만큼(낙태할 수 없을 때까지)은 버티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낳을 각오를 했었고 여러 이유로 인해 심적으로 다소 힘든 상태였던지라 부모님에게도 별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든 내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한다면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임신 사실을 들었던 친구들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는 최대한 빨리 말씀을 드려야 한다'라는 정성 어린 설득으로 인해 결국에는 털어놓게 되었다.
그날은 충치가 생긴 것 같아 치과에서 진료를 받았던 날이었다.
신경 치료를 해야 해서 견적이 60만 원 정도 나올 거라고 했다.
교환 학생을 다녀오며 저금을 다 소진했던 상황이었으므로 머리 한구석으로는 60만 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친구네 자취방으로 향했다.
초봄이라 해가 짧았기에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지만, 밖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