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5 - 불행할 때만 쓰지 않겠습니다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3/12/15
1. 일을 할 때는, 기사나 외고를 제외하고 보통 불행할 때 글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다가 집에 와서까지 쓰고 싶은 마음이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평을 늘어놓고 싶을 때, 감정 배설하는 듯한 글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쓰는 기사에서는 그렇게 '시청자' 혹은 '독자'를 생각하는 태도를 강조해 놓고, 독자나 취재원에게 잘보이려고 했으면서, 개인적인 글쓰기에서는 독자를 상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군가 나의 배설 같은 글을 맞고 지나가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사가 아니니까 별로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한 점도 있었다.

마치 나의 글쓰기는 '기복신앙'과도 같았다. 불행할 때만 울면서 나에게 복을 달라고 글쓰기를 했었던 것이다.

2. 휴직을 하면서 기사가 아닌 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거나 좋아하는 책 이야기들을 썼다. 이때부터 개인적인 글을 읽어주는 '독자'라는 개념에 감사함을 느낀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를 하려니 그 연결지점이 없어 송구스럽지만, 어쨌든 연재글의 형태이니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3장에서 하루키가 독자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부분으로 점프해볼까 한다.

독자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일이 글 쓰는 이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 장이다.
아직도 3장…
3. 하루키는 3장에서 '사실 문학상 같은 건 정말 안 받아도 돼'라는 말을 길게 한다. 이유는 하루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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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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