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3
직전에 올린 글에서는 학폭위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가정교육'에 있다는 주장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피해자도 결국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피해자로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설명도 포함했고요.
최근 들어 <더 글로리>나 정순신 아들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학폭위 이슈에 말을 얹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학폭위를 제대로 겪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궁금합니다.
학폭위에 가해자로서 참석한 당사자나 보호자는 이렇게 대놓고 글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을 거고요. (저란 사람이 상당히 특이한 것 인정합니다.)
피해자 측이 직후에(저희는 학폭위원회를 2023년 1월에 참석했습니다) 실상을 알리는 글을 쓰는 경우도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사명감을 가지고서 계속 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정식 학폭위를 진행하게 되면서 느끼고 알게 된 점이 무척 많거든요.
학생 시절 '정식 학폭위'를 겪어본 적 없는 분들, 자녀의 학폭위를 겪어본 적 없는 분들께서 뉴스나 드라마를 보고 이런 저런 의견의 담론을 형성하시는 것은, 물론 사회의 진보를 위한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사자가 아니고 경험도 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의 말만 하는데 급급한 경우를 최근에 무척 자주 목격하다보니, 참으로 답답하더군요.
학폭위는 생각보다 그럭저럭 괜찮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겪어보지도 않고 모르시는 분들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단순한 절차는 아닙니다. 위에 링크한 제 첫글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학폭위의 절차는 '학교 내에서 축소/은폐하지 못하도록' 교육청까지 올리는 현행 제도로 자리잡았습니다. (과거에 그렇지 못해서 문제가 됐던 시기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교장/교감/학폭위 담당교사/담임교사를 제외한 학내 다른 구성원에게 비밀 보장도 잘 이루어지고 (제가 다각도로 확인)
학내 심의위원회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교육청으로 올라갈 만한 사건도 구분지어 선별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과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면, 정순신 아들도 교육청까지 올라가지 않고 학교 차원에서 묻었겠죠. (사람들이 자꾸 민사고를 욕하는데 저는 학교 측이 최선을 다 한 것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애초에 학교 선생님이 피해 학생에게 학폭 신고를 먼저 권했다고 하고요.)
교육청에서도 절차와 심의가 제대로 굴러가니까 정순신 아들이 강제전학 처분까지 나온 겁니다.
다만 정순신 아들의 경우는 '공식 학폭위가 아닌 다른 쪽으로' 엄청 특이했던 거고요.
집안에 돈과 권력과 법기술 브레인이 있었으니 전학도 안 가며 버티고(전 솔직히 그 두꺼운 낯짝이 경이롭습니다. 그쪽은 일반적으로 보면 안 되는 급이죠) 대법원까지 3심 재판 가면서 오만 난리를 다 한 거죠.
이렇게 아주 특이한 사례를 일반화하면서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는 제도를 비난하는 건 곤란합니다.
그리고 누누이 말하지만 학교 폭력의 원인이나 해결법은 '학폭위 제도'와는 다소 무관합니다.
가해자가 일방적이고 명확한 학교 폭력의 원인은, 가해자의 보호자가 가정교육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담에야 보호자 책임 100%입니다. 핑계 대지 맙시다.
(쌍방 폭력의 경우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후관계와 정도의 차이는 학폭위나 재판에서 따져야 할 부분이겠고요)
학교 폭력의 '해결'을 학폭위가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학폭위는 그저 상황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정순신 아들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학폭위 결과가 법적 절차에 우선할 수도 없으니, 사안이 무거울 경우 학폭위+형사고소+민사소송의 3중 트랙을 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약자 중 약자 포지션이어서 저 절차를 밟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 글의 주제와는 다소 벗어나서 일단 여기까지만 언급합니다)
학폭위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생기부에 오래 남기고, 소위 주홍글씨를 찍자는 주장들도 난무하는데요.
저는 제 아이를 괴롭힌 가해자에게도 그런 주홍글씨가 남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주홍글씨를 찍는다고 학교 폭력이 줄어들까요?
오히려 음지에서 더 기술적으로 괴롭히는 방법만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주장 자체가 우스운 것이, 법적으로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기준도 경미하기 그지 없는데 법적으로 구속력도 그다지 높지 않은 학폭위 결과만 가지고 죽일 기세로 몰아가면, 양쪽 싸움만 더 진흙탕이 되겠죠.
가해자들이 이판사판으로 정순신 아들처럼 행정소송 가고 난리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될 거고요.
그러면 고통받는 건 피해자 쪽이 더합니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학폭위의 절차는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물론 어느 제도나 계속 다듬고 개선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학폭위 제도가 예전 뉴스기사들 사례처럼 허접하지만은 않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학교 내부에 사건을 오래 남기지 않고 일주일 정도면 제삼자들이 심의하게 되는 교육청 관할로 넘어가는 현행 제도는, 제가 직접 겪어본 바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행 제도 하에서는 가/피해자 보호자가 서로 만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점이 가장 바람직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사과를 하거나 받고 싶다는 쌍방의 합의가 통한다면야 그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적어도 공식 절차 하에서는 부모들끼리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피해자 보호자 입장이 되어 보니, 이게 정말 무척 중요하더라고요. 감정낭비, 시간낭비도 덜 하고요.
(물론 전 입장 전달 차원으로 카톡은 나눴습니다. 상대방이 만나자고 하지만 안 만나줬고요. 이런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테니까 여기서 줄입니다.)
괴롭힘의 정도나 지속기간이 심각하다면, '공식 절차'를 믿고 진행하는 것이 피해자에게도 이롭습니다.
다만, 현행 제도의 치명적인 문제는
건수가 밀릴 경우 '신고하고서 두달 반이 지나서 교육청 심의위원회가 열린다'는 점입니다. (지역별 차이가 있을 순 있는데 제가 2022년 말 ~2023년 초에 직접 겪은 소요시간입니다.
피해자나 가해자는 대부분 같은 학급일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모두 한 공간에서 무척 껄끄러운 공존을 해야만 합니다.
어차피 정식 재판도 수 개월, 몇 년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걸 생각해 보면, 학폭위도 기다림은 감수해야 하는 절차인지도 모릅니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학교 폭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들 학폭위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고 착각을 하시는데, 정순신 아들 같은 경우가 그리 흔한 건 아닙니다. 그 명문학교에서 그 정도로 괴롭히는 것도 예삿 일은 아니고요.
솔직히 연진이 같은 경우가 그렇게 흔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극단적인 예만 보고 목소리 높이지 말고
일반적인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 피해자를 더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처벌 수위를 높여서 학교 폭력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처벌 수위가 높으니까 가해자가 더 발뺌하고 발악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처받는 건 필연이고요.
'처벌이 두려워서 괴롭히는 악행을 참는'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미성년자가?
범죄자들 심리에 대해 요즘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잖아요. 범죄자는 본인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거나, 본인은 잡히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나쁜 짓을 합니다.
학교 폭력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앞서 두 번의 글로 누누이 말씀드렸듯이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진정한 교육'입니다.
깔끔하고 명확한 기준입니다. '타인을 괴롭히지 말자!'는 진리 중에 진리를 아이에게 장착하는 일이죠.
그건 보호자(부모) 책임이지 교사 책임이 아닙니다.
자꾸 학교와 교사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발언이라 판단합니다.
물론 노련한 교사라면 일이 커지기 전에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거, 저도 압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언제나 노련한 교사만 만날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세상이 항상 내 중심으로만 돌아가거나 운명이 항상 나의 편일 수는 없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절차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 절차는 그럭저럭 갖추어져 있습니다.
절차의 헛점,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완벽한 절차가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요? 헛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잘못인 겁니다. 절차 탓만 하다가 시간만 흐르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진 않고, 피해자는 더 고통받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1. 괴롭히는 상대에게 '괴롭히지 마'라고 공개적으로 크게 항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괴롭히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이 '예민하거나 별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야 합니다.
'너만 참으면 될 텐데'라는 시선이나 말은 더 악랄한 2차가해라는 걸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괴롭힘을 목격만 하더라도, 가해에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제삼자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제삼자들도 가/피해자가 명확한 사안들을 마주할 때마다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누군가를 괴롭히면 지극히 눈치보이는' 공간이 된다면, 적어도 가해를 적극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초석은 되는 겁니다.
2.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 보호자 부모가 담임선생님-교장/교감 순으로 상담해도 당연한 분위기
학급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경우 두 학생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담임선생님입니다.
담임으로서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담임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위에서 제가 학교와 교사를 실드하는 것 같았지만, 저는 엄연히 학부모 포지션입니다)
담임교사는 피해자 측의 민원이 들어올 경우, 가해자 측, 목격자인 학생들을 모두 아울러서 피해자 측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는 '책임자'입니다.
그러니 그 책임에 나태했다면, 보호자가 교장이나 교감으로 연락을 하더라도 담임교사는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교장/교감은 이 피해자 학부모가 극성이라는 포지션을 취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대화(?)로 해결하게 된다면, 어쩌면 정식 학폭위 올라가지 않고도 괴롭힘이 중단되는 해결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가해 당사자와 부모가 소시오패스 수준이라면, 어차피 말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요. 아마 학교 측에서도 정식 학폭위를 권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소시오패스들이 저지르는 일은 어차피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3. 정식 학폭위 진행해도 피해자가 당당한 분위기
단발성의 경미한 사건 하나로 학폭위를 진행하면, 솔직히 서로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당 보았을 때는 경미하더라도 지속이 몇 개월 지속된다면 그건 분명히 폭력입니다. 학폭위에서도 이 점을 엄격하게 다룹니다.
어차피 가정교육도 안 되고 학교에서도 요즘 뭘 할 수도 없는 분위기인데(교사한테 아동학대 뒤집어 씌우는 우스운 시대) 학폭위 가야죠. 피해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겁니다.
뭐 그정도 갖고 학폭위를 신고하냐....하는 무책임한 시선들부터 없어져야 합니다.
제도는 은근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제도를 패봤자 가해자만 편해집니다. 그나마 현행 제도라도 있으니 가해자들이 귀찮게 되고 형식적으로라도 잘못했다는 인정이라도 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수가 한마음이 되어 피해자를 응원하고 가해자를 비난하는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는, 비교적 마음에 듭니다.
정순신 아들 가지고만 그러지 말고, 우리 주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사연에도 똑같은 시선으로 보아주시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이 글은 여기에서 줄입니다.
피해자도 결국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피해자로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설명도 포함했고요.
최근 들어 <더 글로리>나 정순신 아들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학폭위 이슈에 말을 얹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학폭위를 제대로 겪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궁금합니다.
학폭위에 가해자로서 참석한 당사자나 보호자는 이렇게 대놓고 글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을 거고요. (저란 사람이 상당히 특이한 것 인정합니다.)
피해자 측이 직후에(저희는 학폭위원회를 2023년 1월에 참석했습니다) 실상을 알리는 글을 쓰는 경우도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사명감을 가지고서 계속 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정식 학폭위를 진행하게 되면서 느끼고 알게 된 점이 무척 많거든요.
학생 시절 '정식 학폭위'를 겪어본 적 없는 분들, 자녀의 학폭위를 겪어본 적 없는 분들께서 뉴스나 드라마를 보고 이런 저런 의견의 담론을 형성하시는 것은, 물론 사회의 진보를 위한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사자가 아니고 경험도 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의 말만 하는데 급급한 경우를 최근에 무척 자주 목격하다보니, 참으로 답답하더군요.
학폭위는 생각보다 그럭저럭 괜찮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겪어보지도 않고 모르시는 분들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단순한 절차는 아닙니다.
교장/교감/학폭위 담당교사/담임교사를 제외한 학내 다른 구성원에게 비밀 보장도 잘 이루어지고 (제가 다각도로 확인)
학내 심의위원회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교육청으로 올라갈 만한 사건도 구분지어 선별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과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면, 정순신 아들도 교육청까지 올라가지 않고 학교 차원에서 묻었겠죠. (사람들이 자꾸 민사고를 욕하는데 저는 학교 측이 최선을 다 한 것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애초에 학교 선생님이 피해 학생에게 학폭 신고를 먼저 권했다고 하고요.)
교육청에서도 절차와 심의가 제대로 굴러가니까 정순신 아들이 강제전학 처분까지 나온 겁니다.
다만 정순신 아들의 경우는 '공식 학폭위가 아닌 다른 쪽으로' 엄청 특이했던 거고요.
집안에 돈과 권력과 법기술 브레인이 있었으니 전학도 안 가며 버티고(전 솔직히 그 두꺼운 낯짝이 경이롭습니다. 그쪽은 일반적으로 보면 안 되는 급이죠) 대법원까지 3심 재판 가면서 오만 난리를 다 한 거죠.
이렇게 아주 특이한 사례를 일반화하면서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는 제도를 비난하는 건 곤란합니다.
그리고 누누이 말하지만 학교 폭력의 원인이나 해결법은 '학폭위 제도'와는 다소 무관합니다.
가해자가 일방적이고 명확한 학교 폭력의 원인은, 가해자의 보호자가 가정교육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담에야 보호자 책임 100%입니다. 핑계 대지 맙시다.
(쌍방 폭력의 경우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후관계와 정도의 차이는 학폭위나 재판에서 따져야 할 부분이겠고요)
학교 폭력의 '해결'을 학폭위가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학폭위는 그저 상황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정순신 아들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학폭위 결과가 법적 절차에 우선할 수도 없으니, 사안이 무거울 경우 학폭위+형사고소+민사소송의 3중 트랙을 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약자 중 약자 포지션이어서 저 절차를 밟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 글의 주제와는 다소 벗어나서 일단 여기까지만 언급합니다)
학폭위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생기부에 오래 남기고, 소위 주홍글씨를 찍자는 주장들도 난무하는데요.
저는 제 아이를 괴롭힌 가해자에게도 그런 주홍글씨가 남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주홍글씨를 찍는다고 학교 폭력이 줄어들까요?
오히려 음지에서 더 기술적으로 괴롭히는 방법만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주장 자체가 우스운 것이, 법적으로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기준도 경미하기 그지 없는데 법적으로 구속력도 그다지 높지 않은 학폭위 결과만 가지고 죽일 기세로 몰아가면, 양쪽 싸움만 더 진흙탕이 되겠죠.
가해자들이 이판사판으로 정순신 아들처럼 행정소송 가고 난리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될 거고요.
그러면 고통받는 건 피해자 쪽이 더합니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요.
학폭위의 절차는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물론 어느 제도나 계속 다듬고 개선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학폭위 제도가 예전 뉴스기사들 사례처럼 허접하지만은 않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학교 내부에 사건을 오래 남기지 않고 일주일 정도면 제삼자들이 심의하게 되는 교육청 관할로 넘어가는 현행 제도는, 제가 직접 겪어본 바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행 제도 하에서는 가/피해자 보호자가 서로 만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점이 가장 바람직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사과를 하거나 받고 싶다는 쌍방의 합의가 통한다면야 그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적어도 공식 절차 하에서는 부모들끼리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피해자 보호자 입장이 되어 보니, 이게 정말 무척 중요하더라고요. 감정낭비, 시간낭비도 덜 하고요.
(물론 전 입장 전달 차원으로 카톡은 나눴습니다. 상대방이 만나자고 하지만 안 만나줬고요. 이런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테니까 여기서 줄입니다.)
괴롭힘의 정도나 지속기간이 심각하다면, '공식 절차'를 믿고 진행하는 것이 피해자에게도 이롭습니다.
다만, 현행 제도의 치명적인 문제는
건수가 밀릴 경우 '신고하고서 두달 반이 지나서 교육청 심의위원회가 열린다'는 점입니다. (지역별 차이가 있을 순 있는데 제가 2022년 말 ~2023년 초에 직접 겪은 소요시간입니다.
피해자나 가해자는 대부분 같은 학급일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모두 한 공간에서 무척 껄끄러운 공존을 해야만 합니다.
어차피 정식 재판도 수 개월, 몇 년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걸 생각해 보면, 학폭위도 기다림은 감수해야 하는 절차인지도 모릅니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학교 폭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들 학폭위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고 착각을 하시는데, 정순신 아들 같은 경우가 그리 흔한 건 아닙니다. 그 명문학교에서 그 정도로 괴롭히는 것도 예삿 일은 아니고요.
솔직히 연진이 같은 경우가 그렇게 흔할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극단적인 예만 보고 목소리 높이지 말고
일반적인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 피해자를 더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처벌 수위를 높여서 학교 폭력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처벌 수위가 높으니까 가해자가 더 발뺌하고 발악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처받는 건 필연이고요.
'처벌이 두려워서 괴롭히는 악행을 참는'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미성년자가?
범죄자들 심리에 대해 요즘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잖아요. 범죄자는 본인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거나, 본인은 잡히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나쁜 짓을 합니다.
학교 폭력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앞서 두 번의 글로 누누이 말씀드렸듯이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진정한 교육'입니다.
깔끔하고 명확한 기준입니다. '타인을 괴롭히지 말자!'는 진리 중에 진리를 아이에게 장착하는 일이죠.
그건 보호자(부모) 책임이지 교사 책임이 아닙니다.
자꾸 학교와 교사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발언이라 판단합니다.
물론 노련한 교사라면 일이 커지기 전에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거, 저도 압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언제나 노련한 교사만 만날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세상이 항상 내 중심으로만 돌아가거나 운명이 항상 나의 편일 수는 없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절차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 절차는 그럭저럭 갖추어져 있습니다.
절차의 헛점,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완벽한 절차가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요? 헛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잘못인 겁니다. 절차 탓만 하다가 시간만 흐르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진 않고, 피해자는 더 고통받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1. 괴롭히는 상대에게 '괴롭히지 마'라고 공개적으로 크게 항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괴롭히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이 '예민하거나 별난'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야 합니다.
'너만 참으면 될 텐데'라는 시선이나 말은 더 악랄한 2차가해라는 걸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괴롭힘을 목격만 하더라도, 가해에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제삼자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제삼자들도 가/피해자가 명확한 사안들을 마주할 때마다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누군가를 괴롭히면 지극히 눈치보이는' 공간이 된다면, 적어도 가해를 적극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초석은 되는 겁니다.
2.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 보호자 부모가 담임선생님-교장/교감 순으로 상담해도 당연한 분위기
학급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경우 두 학생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담임선생님입니다.
담임으로서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담임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위에서 제가 학교와 교사를 실드하는 것 같았지만, 저는 엄연히 학부모 포지션입니다)
담임교사는 피해자 측의 민원이 들어올 경우, 가해자 측, 목격자인 학생들을 모두 아울러서 피해자 측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의무가 있는 '책임자'입니다.
그러니 그 책임에 나태했다면, 보호자가 교장이나 교감으로 연락을 하더라도 담임교사는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교장/교감은 이 피해자 학부모가 극성이라는 포지션을 취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대화(?)로 해결하게 된다면, 어쩌면 정식 학폭위 올라가지 않고도 괴롭힘이 중단되는 해결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가해 당사자와 부모가 소시오패스 수준이라면, 어차피 말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요. 아마 학교 측에서도 정식 학폭위를 권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소시오패스들이 저지르는 일은 어차피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3. 정식 학폭위 진행해도 피해자가 당당한 분위기
단발성의 경미한 사건 하나로 학폭위를 진행하면, 솔직히 서로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당 보았을 때는 경미하더라도 지속이 몇 개월 지속된다면 그건 분명히 폭력입니다. 학폭위에서도 이 점을 엄격하게 다룹니다.
어차피 가정교육도 안 되고 학교에서도 요즘 뭘 할 수도 없는 분위기인데(교사한테 아동학대 뒤집어 씌우는 우스운 시대) 학폭위 가야죠. 피해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겁니다.
뭐 그정도 갖고 학폭위를 신고하냐....하는 무책임한 시선들부터 없어져야 합니다.
제도는 은근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제도를 패봤자 가해자만 편해집니다. 그나마 현행 제도라도 있으니 가해자들이 귀찮게 되고 형식적으로라도 잘못했다는 인정이라도 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수가 한마음이 되어 피해자를 응원하고 가해자를 비난하는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는, 비교적 마음에 듭니다.
정순신 아들 가지고만 그러지 말고, 우리 주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사연에도 똑같은 시선으로 보아주시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이 글은 여기에서 줄입니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