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는 왜 구두를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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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많지만, 오늘은 고흐의 작품 중에서도 ‘구두’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고흐는 일생 동안 ‘구두’를 주제로 한 그림을 여덟 점이나 그렸는데요, 신발은 정물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아닌 만큼 고흐의 신발 그림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빈센트 반 고흐, <Three Pairs of Shoes>, 1886. (출처: 위키미디어)
반 고흐가 구두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은 파리에 머무르던 1886년이었습니다. 고흐는 이 시기 여러 구두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그 중 하나인 <구두>(1886)는 어두운 배경 속에 구두 한 켤레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을 담고 있죠. 구두끈은 뻣뻣하게 꼬여 있고, 발목 부분의 가죽은 아무렇게나 접혀 있어요. 신발 주위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어 최근에 신은 흔적이 보이기도 합니다. 

고흐는 왜 이런 낡은 구두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을까요? 

누군가의 신발에는 왠지 모를 특별함이 있습니다. 그것이 새 신발이 아닐 경우는 더 그렇죠. 신발에는 그것을 신었던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신발은 사용하던 사람의 습관에 따라 닳게 되고, 굽이나 주름에 따라 신발 주인의 걸음걸이를 유추할 수 있으니까요. 가령 선수의 축구화에서는 그의 피와 땀이 느껴지고, 하이힐에서는 화려한 여인이 떠올라요. 고흐가 그린 노동자의 주름진 구두에서는 고단한 삶이 마음으로 전해집니다. 내가 벗어놓은 신발은 나의 체취를 강하게 풍기면서 내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알레고리가 됩니다. 

💡 잠깐!  알레고리(Allegory)란? 
: 어떤 추상적 관념을 드러내기 위해 구체적인 사물에 비유하는 방식을 ‘알레고리(Allegory)’라고 부릅니다. 가령 『이솝 우화』 같은 이야기가 일차적으로는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 세계에 대한 풍자와 교훈을 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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