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무릎 꿇다 1] 왜 그렇게 제 마음대로 살 수 있었는지 - 『궁정사회』

정아은
정아은 인증된 계정 · 소설, 에세이, 논픽션 작가
2024/03/28
내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지시 받지 않고,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다. 돈도 많았으면 좋겠다. 음식점의 메뉴판을 보거나 옷가게에서 옷을 고를 때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내 구미와 취향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갈망이 들 때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재벌기업 회장, 고액 연봉자, 광고 한번 찍으면 몇 억의 수입을 올린다는 유명 연예인. 세상만물을 창조했다는 신이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왕조시대의 왕들같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은 존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들을 떠올리며 부러워하는 이유는 하나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제 의지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저릿하지 않은가. 모든 걸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니!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궁정사회』를 집어들었던 이유는 그런 사람들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루이 14세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권력자 중의 권력자,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그 어떤 일인자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다 간 인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알아보고 싶었다. 대체 그는 왜 그렇게 제 마음대로 살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해서 모든 사람을 발 아래 두고 조종할 수 있었는지.

『궁정사회』 한길사

그러나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절대권력을 가진 남자가 어떻게 그런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는지를, 조금도 발견할 수 없었다. 루이 14세라 불렸던 그 남자가 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걸 제 마음대로 하며 살지 못했기 때문에.

태양왕이라 불렸던 루이14세는 모든 걸 제 뜻대로 하기는 커녕 그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겉보기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것은 그가 당대의 지배층이었던 귀족계층과 점차 세력을 넓혀가는 시민관료계층을 교묘하게 차별하고 경쟁을 붙였기 때문이다. 범 엘리트 계층이라 불릴 수 있는 두 계층이 합세하는 순간 왕권이 위험해진다는 걸 알았기에,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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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에세이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논픽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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