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황제이자 최초의 황제, 테오도시우스 대제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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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죽음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검고 빽빽한 머리카락, 건장한 체격, 웃을 때마다 환하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를 지닌 청년이 희끗한 머리카락, 굽은 등, 얼마 남지 않은 치아를 지닌 노인보다 오랫동안 지상에 머무르겠으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노인이 몇 년을 힘겹게 생존하는 동안 청년은 며칠만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덧붙여 죽음은 부자의 황금으로도 매수할 수 없고 군주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다.
그래도 황제의 죽음에는 모두 놀랐다. 40대 후반이니 죽음이 낯선 나이는 아니었으나 군인으로 태어나서 군인으로 자랐으며 군인으로 살았고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강인했던 터라 누구도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작년 여름과 가울 동안 제국의 앞날을 건 원정을 치르느라 기력을 소진했으나 최근에는 예전의 강인한 모습을 거의 회복해서 병세의 갑작스런 악화와 죽음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황제는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던가? 그는 '이교의 최고사제(Pontifex maximus)'란 지위를 버린 최초의 황제다. 단순히 기독교인으로 세례받은 것이 아니라 오직 '니케아신경'만을 믿는 정통파이며 그리스도가 가르친 '고결한 믿음'을 수호하고자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열심을 다한 사람이 아니었나? 따지고 보면 작년 여름 콘스탄티노플에서 군대를 이끌로 출정한 것도 제국의 서쪽을 다스리는 황제가 '하나님의 교회'를 핍박하고 이교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황제가 질병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다니! 왜 신께서는 황제에게 승리의 영광만 허락하고 육체의 강건함을 빼앗았을까? 혹은 당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라 일찍 낙원으로 데려가신 걸까? 물론 인간은 신의 섭리를 헤아릴 수 없다. 그러니 황제의 죽음에 깃든 뜻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도 신의 섭리에 감사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군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죽음일 직감한 황제는 그를 병상으로 불러 제국의 미래, 정확히 말하면 황제의 둘째 아들인 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