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운전 잘하는 아내와 산다는 것

실배
실배 · 매일 글쓰는 사람입니다.
2022/05/31
"여보, 내가 운전할게."
"아니, 내가 할 거야."

차로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옥신각신한다. 대부분 내가 우겨서 운전대를 잡는다. 아내는 그때부터 옆에 앉아 두 눈을 부릅뜨고 내가 운전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한다. 혹여나 다른 길로 잘못 가진 않을까, 피곤해서 졸지는 않을까 수시로 점검한다. 한숨 푹 자면 좋으련만 잠시라도 눈을 붙인 적이 없다.

제발 좀 자라고 해도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단다. 아내의 이런 모습에 오히려 긴장되어 평소라면 절대 안 할 실수도 연발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잔소리가 화살처럼 날아왔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오름을 느낀다. 하지만 마음속에 '참을 인'을 읊조리며 분노를 이겨 낸다. 중간에 휴게소라도 들르면 어느새 아내는 운전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운전 잘 하는 아내
▲ 차로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옥신각신한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마음이 편했다. 나는 타고난 길치로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아마 운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가도 애매한 상황은 찾아왔다. 특히 회전 교차로에 진입하면 직진을 해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왼쪽으로 가야 할지 늘 헷갈렸다. 몇 번이고 같은 길을 뱅뱅 돈 적도 있었다. 남성은 여성보다 공간 지각력이 좋다는데 나는 아닌 것 같았다. 아내는 나보다 훨씬 길도 잘 찾고, 운전도 잘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명절 때 지방에 가거나, 가족 여행을 갈 때면 독박 운전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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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제 삶에는 큰변화가 생겼네요 그저 평범했던 하루가 글을 통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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