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1
  “나이를 먹는다는 건 / 조금씩, 넓어지는 감옥에 갇히는 일이라고 / 바람이 불고, 벽이 자란다” - <늙은 연두빛, 터널> 중

  2014년이 시작됐다. 나는 한 살 더 나이를 먹었지만 슬퍼하지 않기로 하였다. 하지만 해가 바뀌는 순간을 애써 모른 척 했던 데에 서글픈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쨌든 나는 그만큼 쇠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위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시를 읽는 일도 그중의 하나이다. 나는 나의 육체와 정신이 시간이라는 치명적인 감옥에 갇히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지만, 동시에 시인의 말처럼 그것이 ‘조금씩, 넓어지는 감옥에 갇히는 일이라고’ 내내 읊조린다.

  “나는 걸어다니는 비명, /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에 들어가 몰래 웅크리고 있다가 / 사슴이나 먼지, 혹은 껍질이 있는 생에게 / 시집가고 싶다” - <껍질이 있는 생에게> 중

  최근 문학회 선배로부터 추천받은 시들을 읽는데 박연준도 그 중 한 명이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순박하기 그지 없는 인상인데 시들은 어지간히 예민하다. 그래서인지 선배는 시를 읽기 전의 시인의 사진을 보지 말 것을 주문하였지만, 겉장을 넘기자 마자 그 날개에 달려 있는 사진을 어떻게 안 보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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