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슬플 땐 손을 잡는 거야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2/24
초겨울의 숲, 조제, 캔버스에 아크릴

엄마가 울고 있을 때 나는 언제나 머뭇머뭇 엄마의 손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엄마는 내가 울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적이 없었지만, 티비 드라마나 책속에서 사람들은 그랬으니까. 나도 그런 사람들의 흉내를 내보고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 울면 누군가 손을 내민다. 그러면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온기를 느끼면서 슬픔을 나눈다. 그들 사이 공기에도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어린 나는 그런 장면을 꿈꾸며 몇번쯤 손을 내밀어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의 손을 뿌리쳤다. 손도 뿌리치는데 언강생심 안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몇번의 과정 끝에 난 엄마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걸 포기했고 나의 슬픔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 돌아서서 자신조차 모르게 울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집밖을 떠돌다 돈도 건강도 마음도 다 탕진하고 돌아온 나는 단골 떡볶이집 아줌마 만큼도 정이 안 느껴지는 엄마와 살게 걱정이었다. 갈 데가 없어서 얹혀살러 온 것이니만치 더 그랬다.

서로 데면데면하면서 지내던 나날 중 엄마에게는 또 울만큼 속상한 일이 생겼다. 엄마는 이런 모습을 들키는 게 기분 상하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짜내듯 몇방울의 못마땅한 눈물을 흘렸고, 나는 시험에 빠진 기분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굴렸다.

'아 어쩌나? 슬플 땐 좀 슬프게라도 울면 좋을텐데 저렇게 얼굴을 정나미라곤 한웅큼도 없게 찡그리냐. 그만 냅둬?'

하지만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이번에도 역시 난 엄마의 짠 눈물을 외면하지 못하고 손을 내밀고 말았다. 엄마의 마르고 강팍한 손을 잡은 느낌도 잠시, 다시 엄마는 내 손을 매섭게 뿌리쳤다.

아, 역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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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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