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망생일지] 그래서, 이번 기획 회의 어떻게 됐다고?

토마토튀김
2024/02/17
한 3년 전부터 타로 카드를 재미 삼아 봤다. 
특히 가슴 떨리는 큰 회의를 앞두고, 일이 되느냐 마느냐 결판이 나는 순간에 그 긴장감을 쌩으로(?) 눌러 담다가 나중에 진만 다 빼는 것보다 나를 감싸는 기운, 일이 되어가는 기세 등을 카드로 읽어보고 가면 도움이 많이 됐다.

햇수로 3년 전, 성북동 쪽에서 회의가 있어서 미리 그쪽으로 나가 있었다. 시간에 딱 맞춰 가다가는 늘 중간에 예상도 못한 일이 생겨 늦을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나가서 회의 장소 근처에서 유유자적(하는 척) 하고 있는 편이 좋다. 

일에 관련한 모든 회의에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흐르는데, 보이지 않는 아우성도 기싸움도 난무한다. 드라마 기획 회의는 얼마나 난리가 나게. 나이, 직급 상관없이 챙챙챙! 날카로운 칼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죽음의 무도'가 펼쳐진다.
드라마는 개인전이 아니라 지극히 '단체전'인 데다가, 어떻게든 끌고 가다가 제작 단계까지 '다행스럽게도' 도달하면 결국 적지 않는 자금이 집행되는 작업이라서 더욱 그렇다.  

잠시 쉬는 시간! 
여기에서 카미유 생상의 '죽음의 무도'를 양인모의 바이올린 연주로 들어보자.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피겨퀸 김연아의 빙판 위의 열정적인 연기가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날은 제작사와 나 사이에 '작가 계약'을 맺느냐 마느냐 결정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은 뭔가 '계약합시다!' 언급이 나오지 않으면 이건 물 건너가는 일일 거라는 생각에 아주 막막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점심도 못 먹고, 윗배가 딱딱해진 채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던 그때. 
길상사 쪽으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몇 번을 이 길을 지나갔는데도 단 한 번도 띄지 않았던 조그마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도 없다. 그냥 A4 용지에 슥슥 손글씨로 적어서 창문에 붙여놨다.
[타로 가르쳐드립니다.]
얼마나 오래 붙어 있던 것일까. 종이가 다 누레졌다. 
나는 무슨 용기가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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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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