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3] 1. '아줌마'와 '젊어보이는 할머니' 사이, 어드메쯤?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4/07/26
"아줌마!" 가 이렇게 반가운 말이었단 말인가? 네엡!! 하고 바로 대답했다. 그렇다. 현재 나의 정체성은 할머니가 아니고 '아줌마'다. 늦게 낳은 아이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일 뿐이다.



아줌마! 길 좀 물읍시다.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비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순식간에 내리다니... ⓒ청자몽

며칠 전,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던 아침이었다.
어휴..어휴를 연발하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수도꼭지 틀은 것처럼 콸콸콸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조심조심 걸어가는데,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 아줌마.. 길 좀 물읍시다."


나한테 말하는건가? 두리번거리다가


"네에?"


지긋한 연배의 할머니 한분이 길을 물으시는거였다. 길에 사람이라고는, 장대비를 맞고 있는 나밖에 없었다. 나 맞다. 나 맞아. 맞아요 맞아. 하하. 아줌마라니.. 아줌마라니! 얼쑤. 아줌마가 재까닥 답합니다. 넵.


"○단지는 어떻게 가요?"

"몇 동 가시는데요?"

"○○○동이요."


아줌마라니.. 나보고 아줌마라니!
너무 좋아서, 비가 약간 덜 왔더라면 같이 걸어가드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지. 내가 그냥 보면 아줌마 맞지. 맞아. 미쳤다고 나한테 할머니래. 

○○○동이요? 저쪽으로 조금 걸어가시다보면, 놀이터가 보이고.. 하며 길을 설명해드렸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에고. 걱정이 되었다. 저앞으로 걸어나가시면 길이 보일꺼에요. 비 많이 오는데, 조심히 가세요.

촤.. 촤... 쏟아지는 비에 주변 소리가 묻혀버렸다. 그리고 빗소리에 잠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들도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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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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