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식의 머선말29②|블랙워싱: ‘아무것’으로서의 피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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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블랙워싱, 아직은 낯선 이름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블랙워싱(blackwashing)은 낯선 단어일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라 하더라도 이 단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애당초 블랙워싱 자체가 서구 사회에서도 200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부상한 개념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한국 사회에서의 블랙워싱은 근 몇 년 사이, 그것도 ‘마블’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서구 대중문화의 팬덤이라는 한정된 계층을 중심으로 전파된 개념이란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다만 한국에서도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한 범세계적 영상 콘텐츠 서비스가 일상화되어 서구 대중 문화의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점차 증대하고 있으며, 특히나 블랙워싱은 그 논쟁적인 성격으로 인해 빠르게 화두가 되고 있어 이 시리즈의 첫 장에서 다뤄보려 한다.

자, 그렇다면 블랙워싱이란 대체 무엇인가? 이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본래 백인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흑인 혹은 다른 유색인¹으로 대체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령 디즈니사는 최근 자사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1989년작 〈인어공주〉를 영화화하면서 본디 붉은 머리에 흰 피부를 가졌던 인어공주 ‘에리얼’ 역에 흑인 여배우 핼리 베일리를 낙점했다. 그런가 하면 마블 스튜디오는 북유럽 신화의 등장인물인 ‘헤임달’ 역에 흑인 배우 이드리스 엘바를 캐스팅했고, 영국 드라마 〈트로이: 왕국의 몰락〉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상당수 등장인물에 흑인 배우를 기용했다. 이 외에도 본디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으며 이들 모두를 블랙워싱, 혹은 인종 왜곡이란 의미의 레이스벤딩²으로 칭한다.
▲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 역을 맡은 핼리 베일리 © Agence France-Presse(AFP)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블랙워싱에 비해 레이스벤딩은 좀 더 넓은 개념으로 화이트워싱(whitewa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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