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저희 부모님은 그다지 행복한 관계가 아니셨습니다. 그저 자녀 둘을 키워야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경제 공동체같은 느낌이랄까요? 어른이 된 지금이야 엄마아빠의 그 힘듦이 이해가 가지만 어린 시절의 저는 자주 말다툼을 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늘 불안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저를 붙잡고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곤 했죠. 그 범위는 엄마가 결혼을 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화수분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늘 결말은 이거였어요.
"네 아빠랑 진작 이혼하고 싶었는데 너 때문에 엄마가 참고 사는거야"
어느 순간 이 말이 저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엄마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걸까?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