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장독대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2/03/25
어릴 적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는 게 너무 좋았어요
커다란 항아리를 기어올라 손잡이 부분을 밟고 
고개를 숙여 야~하고 크게 소릴 지르면 소리는 항아리 안을 거침없이 뛰어다니고 진동하는 세상이 신비로웠죠 
간장이 담긴 커다란 항아리 속엔 검은 거울이 있었고 소리 지르면 나를 닮은 내가 일렁이고 있었고 떨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밤이 있었어요
그날 이후 장독대를 피해 다녔어요
한동안 밤은 간장 비린내가 났었어요 

비 내리는 밤입니다
얼핏 간장 냄새를 맡은 것 같아서 
창밖의 밤을 멍하니 내려다 봅니다
유리창으로 내가 보이고 빗방울이 일렁입니다

내일이면 다시 돌아올 나를 맞이하러 갑니다
잠시 비를 맞고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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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겨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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