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에디터 노트
최근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 모여 '전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집중 집회’를 열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그 현장 속에 낯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전세 엑소더스” 연재글로 전세사기 사건에 반향을 일으킨 이철빈 얼룩커. 지금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입니다. 전세사기의 심각성을 재조명한 이철빈 위원장을 얼룩소가 만나봤습니다. 

이철빈 씨가 ‘빌라왕 김대성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로서 겪은 사건의 일련 과정은 아래 글에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이철빈 제공

Q. 얼룩소에 마지막 글을 남기신 게 지난 3월입니다. 그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본업인 회사일 하면서 전국 대책위를 만들고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바쁘게 지냈습니다.

Q.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는 해결이 되셨나요.

제 개인적인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얼룩소에 연재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대인이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주택의 상속인이 정해지지 않아서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거액의 선순위 세금을 주택들이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조세채권 안분'이 시행돼서 그나마 경매가 취소될 일이 없어진 건 고무적인 변화지만,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은 특별법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개별적인 문제해결은 여전히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현재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모임을 만들게 되셨나요.

작년에는 지역별/임대인 사례별로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따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올 초부터 전국 단위로 피해자들이 모여서 공동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올해 2월 28일 국회토론회를 계기로 미추홀구 피해대책위와 김대성 피해자대책위가 모여 시민단체 지원을 받아 전국 단위 피해자 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2월 28일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처음으로 자살한 날이기도 해요. 그 분의 49재 추모집회에 맞춰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전국대책위)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Q. 지난 14일 대책위에서 집회를 열게 된 배경은 뭔가요.
2023.10. 14, 집회 참가자들이 정부와 국회에 제대로 된 전세사기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습니다.<참여연대 제공>

지난 5월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3, 4월 야당에서 특별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지만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4월 27일 정부여당의 특별법이 발의됐습니다. 그리고 5월 25일 본회의 통과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죠. 그만큼 급하게 마련된 법안이고 저희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도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그리고 그 우려는 특별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Q.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건가요.

전세사기는 그 유형이 아주 다양합니다. 같은 피해자라 해도 피해 규모나 수법,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유형별 대책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의 특별법이나 지원대책은 피해자의 실태조사나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대책위에서는 4월 발족부터 정부 차원에서 피해 전수조사를 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서 유형별 맞춤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이유로 전수조사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국토부에 피해자로 신청하는 데이터에만 의존해 깜깜이 대응을 하고 있어요. 전국대책위에서는 피해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고, 협력하자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정부여당에서는 묵묵부답하며 실효성 낮은 일방적인 대책발표만 일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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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에 사망한 1,500채 빌라사기꾼 김대성의 전세사기 피해자이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온전한 일상회복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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