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 제 4화 부마의 소심한 저항

클레이 곽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는 사람
2023/06/21
그 날은 제 인생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날입니다. 정말 창피하고 또 창피해서 그 날 이야기 만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렇게 비밀을 발설하게 되는군요.

제 아내는 왕손(王孫)이었습니다. 저는 신분의 차별을 깨부수고 결혼에 성공한 부마(駙馬)입니다.
부마라고는 하지만, 물려받은 재산도, 권리도 거의 없고, 의무만을 물려받았기에...아니..설사 왕실에서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겉보리가 서말만 되어도 처가살이 안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어떻게 처가살이를 한단 말입니까...

부마의 첫번째 조건은 무엇보다도 철저한 사내구실이었기에 당연히 공주를 먹여살리고 딸린 식솔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했지요. 하여튼 열심히 일했답니다. 특히 이씨조선이 멸망하고 난 후 이미 80년정도가 지나버린상태라 왕실재산은 저 멀리 종고산 자락에도  자갈밭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더랬죠.

삼강오륜을 공부하고 철저히 사내의 구실을 공부한 터라 토요일인 그날도 어김없이 잔업으로 회사에 충성하고 피곤한 노구를 이끌고 집으로 막 돌아왔을 무렵이었죠..해가 뉘였뉘였지고 있었지만 초여름이라서  시간이 저녁 7시쯤되었을 겁니다.  신촌역에서 내려서 지금은 없어진 크리스탈백화점뒤 연탄공장옆 굴다리를 거쳐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문이 열려있었어요.보통은 문이 닫혀있어서 대문을 두드리거나 창문을 두드려야 했는데. 왠일로 문이 열려 있는겁니다.
"잘됐다.오늘은 아내를 놀래켜야지..".이렇게 생각하고 조심스래 발 뒤꿈치를 들고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려고 하는순간 방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정신 바짝 차려라!! 남자들은 신혼 초가 제일 중요해. 처음부터 기선을 잡고 시작해야 니가 결혼생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니 형부봐라 언니가 처음부터 버릇을 잘 잡아 놓으니까 집안이 조용하고 화평하잖니. 큰 언니집 봐라 형부가 모든것을 다 잡고 흔드니까 아직도 큰언니는 살림하는데 매일 매일 돈을 타서 쓰고 있잖니. 얼마나 여유가 없으면 오늘도 전화왔었어. 5만원만 부쳐주라고.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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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살지만 현실에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먹어서 거울을 보고 자주 놀랍니다.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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