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 나타나는 것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8/06
대략 6개월 가량 식빵을 만들지 못했다
그건 오로지 저울의 행방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빵을 만들려면 여러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그 재료들을 정확하게 계량을 하려면 저울이 꼭 있어야만 한다.
빵을 만들 때마다 사용하고 항상 그 자리에 놔두는 저울이 감쪽같이 없어졌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저울을 들고 방에 들어 갔을리도 없고 분명 주방 어딘가에 있을터인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주방이라 해봐야 뻔하지 않는가. 냄비 넣어두는 싱크대를 살펴보고 서랍을 열어 뒤져보고 그릇장을 샅샅이 들춰보고...
그런데도 나타나지 않으니 더이상 찾아볼 데가 없었다.
딸아이에게 하소연을 했다.
"저울이 없어져서 빵을 못 만들어..."
딸아이 대답은 명쾌했다.
"다이소 가서 새로 사요"

누가 그걸 모르나.  버린 적이 없으니 분명 집안에,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텐데  약이 올라서라도 새로 산다는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지 않은가.
그 저울로 말하자면 북경에 살 때 지인에게 선물받은 전자저울로 납작하고 손바닥만 해서 부피도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 아주 깜찍한 저울이다. 한 동안은 별로 쓸일이 없어 잊혀져 있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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