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아침 詩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1/07

화석의 세계



                                   신해욱


너는 좋아 보이는구나. 
나는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어.

실은 정물에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내 손가락은 반대로 
살아 있는 생물처럼 맹렬하게 움직이려고 했다.

이런 손가락으로는 정말 곤란하다.

등뼈가 부러진 뱀이 바닥을 기어간다면 
흔적은 축축하고 
나는 속수무책이겠지.

내가 아끼는 돌멩이에 물을 많이 준다면
밤사이에 갑자기 바위로 자라나서
나를 향해 굴러오겠지
무섭겠지

그렇지만 너는 무섭지 않고
좋아 보이는구나.


그렇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너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손가락이 너의 방향을 
이해해버릴지도 모르는 일.

신해욱, <생성> 문학과지성사.





근래 들어 가장 시 다운 아니 시 스런 그녀의 시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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