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닫힌 마음을 천천히 열어보세요.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2/12/30

저는 ‘수포자’에요. 

지난번 통장회의 때 신입통장 한 분의 이름이 불러졌다. 1년 정도 교육정책 모니터로 활동했던 곳에서 뵀던 K라는 분의 이름과 같다. 하지만 설마, K가 여기 올 일은 없겠지 싶었다. 근데 설마가 현실로 이어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소개를 하러 앞자리에 앉은 K가 나와서 인사를 한다. 마스크를 썼지만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맨 뒤쪽에 있으니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면전에 있더라도 나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가 나와 같은 구에 사는 줄은 알았는데 정말 뜻밖의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K도 그러했을 것 같다. 회의가 끝났다. 점심은 송년모임을 겸해서 동네의 뷔페에서 한단다. 

차로 이동하기에 애매한 거리라 다들 걸어간다. 처음이라 낯설고 어리둥절해 하는 K에게 다가갔다. 짐작대로 그의 표정이 아주 의외라는 듯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일 년 짬을 먼저 먹은 내가 그동안의 경험을 얘기하며 우리는 식당으로 같이 걸어갔다. 

K는 교육계에서 정년으로 퇴직했다. 개신교 장로로 봉사가 몸에 배인 분 같았다. 지금은 또 작년에 개관한 ‘대전수학문화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시간이 되면 문화관에서 봉사를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제의는 고맙지만 솔직히 수학에 대해서 나는 막연한 공포 같은 게 있다고 했다. 문화관에서는 지역의 전체 초중고 학생들의 체험 일정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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