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정지와 히스테리의 발생 - 최명익, 「무성격자」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2/01
점성의 히스테리아(일러스트 김상민)

독서의 정지와 히스테리의 발생 - 최명익, 「무성격자」
   
「무성격자」에는 “독서”의 취미를 중지하고 책 자체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정일’이 등장한다. 도시에 살고 있는 ‘정일’은 아버지가 위독하니 “급행”을 타고 귀향을 서두르라는 고향집의 “전보”를 받는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정일’이 돌봐야 할 또 한 명의 환자가 있다. 동경 유학 시절의 친구 ‘운학’에게 소개받은 사촌 여동생 ‘문주’이다. ‘문주’는 자신을 두고 고향집에 다녀온다는 ‘정일’에게 특유의 히스테리를 표현하며 ‘정일’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런 ‘문주’를 바라보는 ‘정일’ 역시도 “여름날 썩은 물에 북질북질 끓어오르는 투명치 못한 물거품같이”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일’이 정작 “두 번의 급행전보”가 올 때까지 고향집으로 내려가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고향집에는 번듯이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으며, “소용할 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아들의 도시에서의 교원 생활에 불만을 품고 있는 아버지 ‘만수노인’과 ‘만수노인’의 “서사 겸 비서”로 일하다 그의 사위가 되어 더욱 집안의 사업과 경제 생활에 깊게 관여하고 구체적인 성과물도 내놓고 있는 ‘용팔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문주’는 두 달 전에도 자신을 데리고 고향집에 다녀와 달라는 투정을 부린 적이 있던 참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간호부로 위장하여 자신을 대동하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늘어놓고 ‘정일’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최명익 , 「무성격자」
‘정일’은 “문주의 각혈과 그 히스테리한 웃음”을 뒤로 하고 “급행”을 타고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문주’는 ‘k역’까지 ‘정일’을 배웅하였다. ‘k역’에서 ‘문주’는 다시 ‘상행선’을 타고 올라갈 것이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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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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