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속절없이 휩쓸려가야 했던 민중의 애환 속에서
2023/12/11
- 서명: 탁류(濁流)
- 저자: 채만식 (1937-1938)
탁류는 흐릴 탁에 흐를 류, 즉 탁한 물이라는 뜻이다. 제목에 걸맞게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 역시 부패하고, 탁하기 이를 데가 없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창이던 1930년대, 산미수탈정책이 횡행하던 지역 군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어두컴컴할 수밖에 없다. 시대적 배경을 암시하는 문구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이십사오년 전 한일 합병(p.18)"이라든지 "백백교(p.83)" 같은 말들이다.
모진 고문이나 독립 운동가와 순사의 숨막히는 추격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버지가 순사에게 잡혀 갔다'는 아이의 진술이나 딸을 기생집에 팔아서라도 가난을 모면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삶에서, 일제의 수탈로 인한 민중의 궁핍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품은 금강과 군산을 소개하는 평범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다.(p.10)"라는 말에서 비로소 작품의 문제의식이 고개를 든다.
우선 줄거리를 소개한다. 초봉이는 정 주사와 유 씨 사이의 맏딸이다. 그 밑으로는 여동생 계봉이, 남동생 형주와 병주가 있다. 정 주사는 십여 년을 월급쟁이로 살다 군산으로 내려와 새 삶을 도모했지만, 쌀값을 가지고 노름하는 도박꾼으로 전락한 인물이다. 한 참봉은 김 씨의 남편으로 정 주사의 친구이며 쌀가게를 운영한다. 고 태수는 한 참봉의 집에 하숙을 살고 있으며 한 참봉 몰래 김 씨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부잣집 과부의 외아들에 서울서 전문학교를 졸업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제론 셋방살이를 하는 과부의 아들에다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은행의 급사가 되었다가 현재의 은행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여색과 유흥을 즐기며, 은행 수표를 위조해서 부당 이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