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2
  일주일 전쯤 이사를 했다. 나는 나의 삶이 나름 현실적이라고 여겼으나 실은 그렇지 않았음을 오랜만에 실감하였다. 이사는 봄처럼 리얼하였고, 나의 삶은 잠시 피었다 지는 꽃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집을 구하고 이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동안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결혼한 이후 고작 두 번째 이사였을 뿐이었는데도 그랬다. 충분히 騷亂스러웠고 그 소란스러움이 나를 피로하게 만들었고 그 피곤함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현실적이었다.

  "그는 밤의 바닥을 손으로 쓸면서 달렸다. 손가락이 펄럭이다 나뭇잎과 섞이는 줄도 모르고. 지문이 냇물에 풀어져 지도가 생기는 줄도 모르고...“ (p.44)

  이사를 하고 첫날,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제목은 소란이었고, 騷亂이었으며, 巢卵이었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다는 의미의 騷亂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찾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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