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도둑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1/25
고구마를 마저 먹어치워야지. 언제부턴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예쁘고 알맞은 크기의 고구마들은 진즉에 뽑혀서 모조리 군고구마가 되어 사라졌고 작고 못 생긴 것들만 남았다.
그냥 버려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먹을만 한 건 골라먹자 싶어 큰 맘 먹고 고구마들을 씻어봤다.
거의 썪고 딱딱해지고 정작 남은 건 겨우 6개 밖에 되질 않았다.

난로에는 친절하게 고구마나 밤을 구울 수 있게 2개의 서랍이 달려있다. 각 서랍에 고구마를 3개씩 넣었다.
이때 주의할 건, 불이 너무 활활 탈 때 넣으면 안된다. 새카맣게 고구마숯이 되어버리니까. 불이 시들시들 꺼져갈 때쯤 넣어주는게 요령이다.
저녁 때 불이 사그라들 쯤에 고구마를 집어넣었다. 온 집안에 서서히 군고구마 내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고구마 꺼내놨어"
남편 목소리에 얼른 거실로 나가다 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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