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세상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도다.” 무슨 뜻일까?

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3/08/27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5' 인게임

게임 문명5 핵분열 연구시 나오는 문구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나는 이제 세상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도다.“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었을 때, 그것을 지켜보던 오펜하이머가 인용했던 문장은 너무나 유명하다. 아마 이 문구가 나온 '바가바드 기타'는 몰랐어도, 이 구절은 알고 있을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원자폭탄 개발의 총책임자가 했던 말이기에, 우리는 쉽게 이 말을 핵무기의 파괴력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하곤 한다. 아니면 혹은 한 과학자의 높은 에고로 이해하던가. 하지만 사실 바가바드 기타의 맥락은 훨씬 더 복잡하다.
영화 오펜하이머 공식 포스터
오펜하이머 영화에서는 이 문구가 정사 씬에서 인용되며 일종의 인간이 가진 자기파괴적 욕구를 은유하는 장치로 쓰인다 한다. 이에 인도에서는 오펜하이머가 ‘반(反) 힌두교’적 영화로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는 뉴스도 보았다.

 그렇다면 이 문구는 원래 무슨 뜻일까? 그리고 왜 오펜하이머는 이를 인용했을까?
   
 원전 바가바드 기타의 주된 내용은 단순하다. 
 피 비린내 나는 왕위쟁탈전이 벌어지고 나라와 친족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전쟁에 나서게 된다. 바가바드 기타의 주인공인 왕자 아르쥬나는 이러한 골육상쟁에 참가하게 된다. 위대한 모험가이자 용감한 전사인 아르주나에게도 피 비린내 나는 내전은 너무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때, 아르쥬나는 양대 진영의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과 스승들과 아저씨들과 형제들, 아들들, 손자들, 친한 친구들과 그 밖에도 낯익은 수많은 얼굴들을 보았습니다. (중략) 
 “내 사지는 맥이 풀리고, 입은 타 마르고, 머리카락은 쭈빗쭈빗하게 서며, 몸서리가 쳐집니다. 활은 내 손에서 떨어지고, 내 살갗은 화끈거리고, 마음은 비틀거려 몸을 제대로 버티고 설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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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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