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무나무, 배추전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12/18


고양이가 발소리도 내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물그릇 안에 찰랑거리는 물을 찹찹거리며 마신다. 양껏 마시고는 피아노 의자 아래 가장 뜨끈한 바닥을 찾아 엎드린다. 이제껏 자다 일어난 걸 잊었을까. 커다란 눈이 또 스르륵 감긴다.

작은 화분에서 뿌리를 돌돌 말아 겨우 목숨을 부지한 뱅갈고무나무를 데려와 커다란 화분으로 옮겨 심은 것이 올가을이었던가. 넓어진 집에서 숨통이 트였을 텐데 고무나무는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지 않았다. 눈치를 보고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있었을까. 집 안 온기에 맘이 놓였던지 인제야 연둣빛 보드라운 새잎을 낸다. 여리디여린 새잎은 혹독한 이 계절의 삭막함을 잠시 잊게 한다 .

밖에서 겨울을 나지 못해 집안으로 들인 홍콩야자와 줄마삭에도 물을 주었다. 실내로 들어오고는 맥을 못 추는...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2.1K
팔로워 768
팔로잉 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