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있습니다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10/03
빈집 있습니다
/이원규
   
눈 그늘 짙어가는 당신이 오신다면
초가삼간 빈집 하나 없을까요
지리산하 섬진강변
까치집 같은 풀무덤 같은 옹관묘 같은
빈집이란 빈집은 다 사라졌지만
아궁이며 헛간이며 툇마루며
내 온몸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해묵은 생각들에 도배까지 했습니다
당신 좋아하는 달빛 목련을 그릴까
연분홍 산복사 한 그루 모실까
행여 잠 못 이룰까 전통 한지를 발랐지요
나는 당신의 빈집
당신은 나의 불안한 항아리
아직은 사랑한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모든 사랑의 후폭풍을 잘 알기에
지붕은 양철 지붕, 밤새 빗소리나 듣자고요
창문은 남은 생이 잘 보이는 서쪽으로 냈습니다
   
******
   
해가 지고 있어요. 해가 다 지기 전에 당도하기를 기다립니다. 사랑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눈 그늘 짙어가는 당신’이 오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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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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