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다시 돌아 취준생 엄마 일기 4. 머릿속이 궁금해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11/26
규가 머리를 깎았다. 새삼스럽진 않다. 직장 다닐 때도 자기 머리를 직접 깎았으니까. 다만 스타일이 달라졌다. 입영하는 군인머리에서 윗부분이 조금 자란 모양새다. 집을 비운 사이 ‘아저씨’의 원빈처럼 이발기로 제 머리를 슥, 슥 밀었을 규의 마음이 느껴진다. 머리가 길어서도 깎았겠지만 처음 먹은 마음을 새롭게 다져보려는 거겠지.
3년 전, 이발기가 택배로 왔다. 규는 그때부터 자기머리뿐만 아니라 남편의 머리도 깎았다. 두 남자의 머리는 한 달에 한 번 깎을 정도여서 지금껏 월례행사였다. 이발기 한 번 잡아보지 않았던 규는 군대에 있을 때 사병들의 머리를 자기가 깎았다고 했다. 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맡겨진 거였다고. 어쩌면 그래서 이발기가 규의 손에 어설프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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